[바꿔쓰자!과학용어] ⑤술기→수술기법...의료 부문 미디어 다빈도 용어
[편집자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할 때 의미 전달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용어라고 애써 회피해도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진·기상 재해, 후쿠시마 오염수, 최첨단 기술 등장 등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선뜻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렵고 일부는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이처럼 전환이 필요한 용어들을 선별해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제안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화학회, 한국기상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이번 기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제시되는 대체 용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용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언론매체를 비롯한 미디어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의료 용어들이 있다. 상투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지만, 정식 의학용어가 아니거나 사전상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쓰이는 일이 적지 않다. 동아사이언스는 의협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의료 부문 미디어 다빈도 사용용어들을 추려 대체 가능한 보다 적절한 용어를 선택·제안한다.
24. 술기→수술기법
술기는 ‘수술기법’을 칭하는 일본식 한자어로,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다. 의료계에서 통용되는 단어로, 의료계를 거쳐 언론에서도 널리 쓰이는 단어가 됐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단어인 동시에 사전 검색을 통해서도 의미 확인이 불가능한 단어라는 점에서 보다 적절한 단어로 교체가 필요하다. 이 단어는 의사의 손기술이나 수술 솜씨를 의미하는 것으로, 의협은 수술기법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25. 메커니즘→기전
기전이라는 단어 역시 국어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로, 술기와 마찬가지로 일본식 한자어다. 현재 대체 가능한 단어로는 메커니즘이 있다. 메커니즘은 외래어지만, ‘사물의 작용 원리나 구조’라는 사전적 정의가 있다. 일반인이 사전 검색을 통해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의협 의학용어위원회는 오히려 메커니즘을 기전으로 쓸 것을 제안했다. 메커니즘 또한 외래어로 곧바로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으며 이미 의료계를 넘어 약학계, 이공계에도 기전을 학술 용어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보단 이미 암묵적으로 약속된 단어를 쓰자는 권고다.
26. 뉴런→신경세포
뇌 질환 및 뇌 연구 등과 관련한 미디어 보도가 있을 때 ‘뉴런’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뉴런은 치환 가능한 단어가 있다. ‘신경세포’로 표기할 수 있다. 신경세포는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로, 신경세포끼리 소통하는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고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뇌에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이들의 작동 방식과 연결 패턴이 뇌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열쇠다.
27. 칵테일 요법→병용 투여
칵테일 요법은 한 가지 치료제만으로 특효를 보기 어려울 때 여러 약물을 병용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을 의미한다. 여러 약제를 함께 사용하면 내성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원래 에이즈에 대한 치료 요법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의미가 확장돼 고칼륨혈증, 항암, 결핵 치료 등에서 여러 약물을 병용 투여하는 것도 칵테일 요법으로 부르고 있다. 칵테일 요법은 치료 방법 그대로 ‘병용 투여’로 표기하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28. 롱코비드→만성코로나19증후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 의학 용어로는 ‘롱코비드’가 있다. 해외에서 사용하는 ‘long COVID’를 발음 그대로 쓴 외국어로, 영어 단어 자체도 정식적인 의학용어가 아니다. 롱코비드는 코로나19 감염 후 2~3개월 이상 지속되는 후유증을 의미하는데, 아직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다. 최근 의협은 협회저널을 통해 ‘만성코로나19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이를 대체 용어로 제안했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언론에 자주 노출된 또 다른 단어로 ‘트윈데믹’이 있다. 이 단어는 요즘처럼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 자주 쓰인다. 독감,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함께 유행하는 것을 트윈데믹이라고 표현하는 건데, 정식 의학용어가 아니다. ‘감염병 동시 유행’ 정도로 우리말 표현이 가능하나, 아직 명확한 대체 가능 한글 표기는 없다.
※ 이 기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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