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레드카드’ 줬다 아동학대 혐의…헌재 “검찰 처분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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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소란을 피우는 학생에게 이른바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한 교사의 지도를 아동학대로 인정한 검찰의 처분이 잘못됐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A씨가 학생에게 교실 청소를 시킨 게 사실인지, 학생이 호소한 정신건강 문제가 레드카드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를 검찰이 수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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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소란을 피우는 학생에게 이른바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한 교사의 지도를 아동학대로 인정한 검찰의 처분이 잘못됐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021년 4월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교사 A씨는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가지고 놀며 계속 소리를 내자 이 학생의 이름표를 칠판에 붙였다. 해당 교실 칠판에는 호랑이가 양손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그림이 있었는데, 레드카드 옆에 이름이 붙으면 방과 후 교실 정리를 하는 게 A씨 학급의 규칙이었다.
이러한 규칙에 따라 해당 학생은 수업이 모두 끝난 뒤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본 A씨는 학생의 하교를 지시했다.
다음날부터 이 학생은 등교를 거부했다. 이에 학부모는 한달가량 학교에 방문하거나 전화 등을 통해 담임교사 교체를 지속해서 요구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 같은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맞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기소유예’ 처분
이후 같은 해 7월 이 학부모는 정서적으로 아동을 학대했다는 혐의로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학생이 정신과 병원에서 야경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았는데, 진단서에는 A씨가 레드카드를 준 일이 원인으로 언급됐다.
결국 지난해 4월 A씨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는 사례도 있다.
이에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인과관계 불충분…자의적 검찰권 행사”
지난 26일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전주지검이 교사 A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우선 레드카드 제도를 정서적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표했다. 학생들 일반에 대해 교육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정상적인 훈육의 일환으로 레드카드를 줬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학생이 2021년 4월 20일 담장에서 떨어져 늑골염좌 진단을 받고 결석하게 된 점, 같은 해 6월 같은 반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점 등에 주목했다.
헌재는 “피해 아동은 낙상사고, 학교폭력 피해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사건도 경험했기에, 결석이나 야경증 등 진단이 레드카드로 인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학생에게 방과 후 청소를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도 헌재는 검찰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수사기관에서 A씨는 “명시적으로 청소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레드카드 제도가 교사와 학생들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해당 학생이 지시 없이도 방과 후 교실에 남아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학생의 진술만 있는 상황에서 A씨가 명시적인 지시를 했는지, 레드카드를 준 것만으로 묵시적인 지시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교실 청소를 시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은 중대한 수사 미진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말했다. A씨가 학생에게 교실 청소를 시킨 게 사실인지, 학생이 호소한 정신건강 문제가 레드카드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를 검찰이 수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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