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쇠퇴 지역, 외국인 많은 지역에 교부세 더 준다

행안부, 내년 제도개선안 발표
세수부족에 10%↓ 60조 예상
보조금 절감 노력땐 인센티브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제2회 지방교부세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행안부

[서울경제]

내년 지방자치단체에 지급되는 보통교부세가 올해보다 7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 쇠퇴 지역과 외국인 거주 지역에 교부세를 더 지급한다. 세수 부족, 방만 재정 운용이 심각한 만큼 보조금 절감 노력을 기울이는 지자체에는 인센티브가 확대된다.

행정안전부는 31일 지방교부세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도 보통교부세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세만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없는 재정 부족 자치단체에 재원을 보전해주는 제도로 용도 제한이 없는 보통교부세와 조건이 있는 특별교부세로 나뉜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를 지방교부세로 정하고 97%는 보통교부세, 나머지 3%는 특별교부세로 쓴다. 세수 부족으로 보통교부세는 올해 66조 6000억 원에서 내년 59조 9000억 원으로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세입 여건 회복이 어려운 만큼 행안부는 △지역경제 활력 제고 △인구·기후위기 등 미래 구조 변화에 기민한 대응 △건전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용에 중점을 두고 보통교부세 산정 방식을 개편한다.

우선 지역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보정 수요 제도를 개선한다. 정부는 성장 정체·낙후 지역에는 보통교부세 산정시 중요한 기준재정수요액을 보정해주는데 이러한 혜택을 받는 지역에 공원자연보전지구·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소득 수준이 낮아도 육지와 연결됐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였던 연륙도서도 보정 대상에 포함시킨다. 기후변화에 따른 어업 피해 등에 대응하도록 수산 수요도 신설된다.

특히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문화 수요를 확대 반영한다. 등록외국인·외국국적동포 국내 거소자, 국적취득자·국제결혼가정자녀·북한이탈주민 등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재정 지원을 늘린다.

지역 청년이 일자리·주거·복지 등 삶 전반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청년 수요를 신설한다. 부정적인 외부 효과가 큰 폐기물·하수처리 시설이 소재한 자치단체에 더 많은 재원이 지원된다.

지자체가 대형·장기화된 자연재난 대비 및 생활밀착형 안전투자에 예산 편성을 확대하고 어린이·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안전한 보행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하도록 관련 지원 기간을 각각 3년 연장한다. 가축 전염병 예방 및 피해 복구 등에 자치단체가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수요를 확대한다.

최근 세수 부족으로 지방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지방보조금 절감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와 페널티 반영 비율은 2배 높인다. 지자체가 재정 누수를 차단하고 재정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감면총량 범위 내 조례 감면액에 대한 페널티는 과감히 폐지해 조례 감면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또 법령을 초과한 감면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강화해 무분별한 선심성 감면을 방지한다.

행안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부터 이번 개편안을 적용한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교부되는 지방교부세를 자치단체가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행안부에서도 지방교부세가 지역경제 활력 제고 및 미래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배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