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도 방문한 안동농협 공판장… 7년 연속 우수공판장 선정

안동/권광순 기자 2023. 10. 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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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예수금 1조7000억·경제사업 4000억… 종합업적평가 전국 1위 7회 수상
지난 8월 50주년 기념 행사 5000여명 참여… ‘Again 100년 성장과 화합의 미래’ 제시
사과 수확이 한창인 요즘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선 하루 평균 적정처리물량인 250t을 훨씬 넘는 400~500t의 사과가 거래된다. 전국의 도매상과 생산자, 경매관련 종사자 등 수백여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안동농협 제공

지난 24일 오전 서안동 IC에서 국도를 타고 서편 500m 거리에 위치한 경북 안동시 풍산읍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 입구로 들어서자 주차장과 주변도로까지 꽉 채운 300-400여 대 트럭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전국에서 모인 사과 수송 차량으로, 주로 사과를 출하하는 농민들과 강원도나 전라도 등 원거리에서 온 도매상들이다.

공판장 한쪽에선 경매가 한창이었다. 1800평쯤 되는 경매장은 트럭 한 대 지나다닐 통로만 비어 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사과상자가 성인 키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안동농협 측이 제작한 사과상자 재고만도 50만개. 도매상들은 사과상자 위를 옮겨 다니며 품질을 확인하고, 경매사들은 그들만의 특유한 언어로 경매를 성사시키는데 분주했다. 한 무더기 사과가 낙찰되면 해당 사과상자에는 산지 등 경매정보가 담긴 낙찰서가 붙었다. 곧바로 상차 인부들이 달려들어 신속하게 차에 사과상자를 실었고, 트럭은 전국 소비지로 향했다.

사과 수확이 한창인 요즘 이곳에선 하루 수천t의 사과가 거래된다. 전국의 도매상과 생산자, 경매관련 종사자 등 하루 평균 수백여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경매대기 차량도 250대를 넘을 정도다. 최근 판장이 협소해지자 안동시는 주차장을 임시 판장으로 사용하도록 적극 나서면서 대기 시간이 줄어든 과수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전 8시에 시작한 경매가 오후 2시쯤 끝나도 사과 선별장 만큼은 24시간 풀가동된다. 박무훈(54)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장은 “최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만생종 부사 품종 공판이 본격화됐다”며 “요즘 하루 평균 사과 공판물량은 적정처리물량인 하루 250t을 훨씬 넘는 400~500t에 달한다”고 말했다.

1999년 방한 당시 경북 안동농협 공판장을 방문해 상인과 대화하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 /연합뉴스

◇영국여왕도 방문한 안동농협 공판장…7년 연속 ‘엄지척’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은 영국 왕실과 두 번 인연이 있는 곳이다.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어 2019년 5월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도 방문했다. 당시 인근 하회마을에서 사과 맛에 반한 여왕은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 방문해 사과 경매 진행 과정을 둘러봤다. 여왕이 방문한 후 안동농협은 사과 브랜드 개발에 들어갔다. 2016년 왕관을 모티브로 씻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애이플’을 만들었다. 적당한 당도에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애이플 사과는 안동사과 중에서도 품질이 가장 좋은 것만 골라 출시했다. 애이플 사과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 영국왕실에 보내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일상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여왕이 방문한 후 안동농협이 2016년 왕관을 모티브로 씻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애이플' 사과. 적당한 당도에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안동농협 제공

이 같은 유명세 덕분이 아니더라도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은 2015년~2021년까지 7년 연속 우수 공판장으로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81개 농산물 도매시장·공판장을 성적 평가한 결과다. 2018년과 2019년 평가에선 전국 최우수 공판장에 잇따라 선정되기도 했다. 물량유치를 위한 산지 지원 노력과 유통효율성을 높이고 가격변동성 완화를 위해 정부가 권장하는 정가수의매매 활성화에 노력한 덕분이다. 서울 등 수도권과 대도시도 아닌 인구 15만3000여명에 불과한 중소도시에서 매우 이례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안동농협은 1981년 농협중앙회로부터 공판장을 인수한 뒤 2006년 매출 500억, 7년 만인 2013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1968억원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지역농협 공판장 최초로 2000억원을 달성하는 실적을 올렸다.

안동농협 공판장은 무엇보다 수입농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갓 수확한 과수를 그대로 경매에 부치는 전국 유일의 공판장으로 유명하다. 미선별 과수 공판은 고령화에다 일손부족으로 시달리는 우리나라 농촌 현실에 맞는 맞춤형 공판장 운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민들은 수확한 뒤 크기와 색상 등에 따라 분류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도매상들도 사과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데다 다양한 포장단위로 유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사과 절반 가까이 안동농협 공판장에서 유통되면서 국내 사과시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도매시장 사과 유통물량 중 안동농협 공판장은 24.9%,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청과시장인 안동청과에서 24.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과 유통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49.6%가 안동에서 유통된 것이다.

권태형 안동농협조합장이 지난 8월 안동체육관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미래 100년 먹거리를 위한 '책임경영, 선한영향력, 공동성장' 등 새로운 경영방침을 밝히고 있다. /안동농협 제공

◇‘희망찬 비전’으로 재도약-안동농협 미래 100년

1973년 8월 조합원 832명에 출자금 82만5000원으로 출발한 안동농협. 현재 상호금융예수금 1조7000억원, 상호금융대출금 1조2000억원, 경제사업 4000억원 달성과 종합업적평가 전국 1위 7회 연속 수상 등 전국 최고의 농협으로 성장했다.

안동농협은 지난 8월 12일 안동체육관에서 50번째 생일을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당시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는 5000여명의 조합원과 임직원, 농업인단체와 지역 기관·단체장들이 함께했다. ‘Again 100년성장과 화합의 미래’를 주제로 마련된 기념행사는 지난 50년 역사를 기념하고 100년 농협의 희망찬 비전을 제시하는 화합의 장이 됐다.

안동농협은 혁신과 변화로 글로벌 안동농협의 미래지향적 모습 구현 등 새로운 경영방침으로 ‘책임경영, 선한영향력, 공동성장’을 밝혔다. 이날 권기창 안동시장은 “사람과 자연을 중심으로 경의 농업을 실천해 온 안동농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왔다”며 “대한민국 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한 안동농협의 50년은 조합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가능했다”고 했다.

권태형 조합장은 “미래 100년 먹거리를 위해 농업 서비스의 상품화, 시장경쟁력 확보, 다양한 판로개척 등 혁신적인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공동성장을 추구해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농협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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