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횡재세, 경영진이 위헌소송 안 내면 배임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10. 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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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익에 횡재세 부과
주주 이익 침해 불가피
경영진 위헌 소송 안 내면
배임 논란 못 벗어날 것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은행에 횡재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이 글로벌 고금리 덕분에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리는횡재를 하고 있으니 그 중 일부를 정부에 토해내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횡재세 도입과 관연해 “어떤 방법이 좋은지는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끔 하려하며 종합적으로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지금으로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위해 매기는 부담금과 비슷한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횡재도 일종의 초과이익이니 부담금을 매길 수 있다는 논리다. 법인세에 붙여서 횡재세를 매길 경우, 차후에 은행이 손실을 볼 경우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그 형식이 어떻든 은행의 이익을 정부가 강제로 거둬간다는 횡재세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은행 이익은 당연히 줄어든다. 이는 곧 주가에 반영될 것이다. 횡재세 규모가 크다면 주가는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8월 이탈리아 정부가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은행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만약 한국에서 횡재세 부과가 결정되고 은행 주가가 하락한다면 이는 곧 주주 이익에 대한 침해다. 설사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황재세 부과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테니 역시나 주주 이익 침해다. 은행 이익은 최종적으로 주주에게 돌아가는데 그 이익을 강제로 거둬가는 횡재세는 발상 자체가 주주 이익 침해를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은행 경영진이 아무 조치 없이 황재세를 받아들인다면 주주 이익을 배신하는 게 된다. ‘배임’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경영진이 배임에서 벗어나려면 헌법 소송을 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향후 부담금 형태로 횡재세 도입이 입법이 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가능성이 크다. 합헌 결정이 나면 횡재세 부과가 정당하다는 것이니 배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반대로 위헌 결정이 나면 횡재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배임 논란이 원천 차단된다.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도 위헌 논란을 빚다 결국 헌법소원으로 이어졌다. 헌법재판소에서 “주택 가격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높이려는 조치”라는 점이 인정돼 합헌 결정이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횡재세는 재건축 부담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재건축은 용적률을 기존보다 훨씬 높여 새로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충수가 기존보다 훨씬 높아진다. 공유물인 ‘공중’을 아파트 주인들이 가져가게 된다. 그렇기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게 일부라도 정당한 측면이 있다.

은행 이익은 그렇지가 않다. 은행이 공유물을 가져와서 이익을 본 게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 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렸고, 은행은 따라서 대출 금리를 올린 것이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당국이 기준 금리를 올린 게 소용이 없어진다. 이로 인해 은행 이익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그 정반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 은행 이익은 줄어들면 정부가 보조금을 줄 것인가. 그래서는 안 된다.

물론 과거 금융위기 상황에서 은행을 살리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한 경우도 있다. 이를 근거로 부담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주장할 참이라면,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에만 부담금을 부과하는 게 옳다. 그러나 이 역시 정부에 손해다. 그렇게 하면 그 은행의 기업 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공적자금 회수는 더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횡재세 부과는 하지 않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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