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뺑뺑이 대신 학교서 돌봄·예체능 교육… 부모도 학생도 만족
놀이체육·코딩 등 다양한 수업
팜 치어리딩 부, 전국대회 참가
방과 후 프로그램과 달리 ‘무료’
이른 하교 따른 양육부담 줄고
농산어촌도 양질의 교육 혜택
금융투자협 등 협력 교과 확대
개별학교·교사업무 가중 우려
교육부는 전담교원 배치 추진
“‘늘봄학교’는 교육개혁의 3대 과제 중 우리가 첫 번째로 꼽는 과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난 7월 발언이다. 교육부가 내건 교육·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라는 목표는 초등 교육 현장에서 늘봄학교라는 대표 정책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늘봄학교는 학교 안팎의 교육 자원을 활용해 정규 수업 시간 외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아침·틈새·저녁 돌봄 등 촘촘한 돌봄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입학 후 학교 적응을 지원하고 이른 시간에 하교하면서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초1 에듀케어’도 도입했다.
교육부가 3월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시작된 늘봄학교 정책이 8개월을 맞았다. 교육부는 9월 늘봄학교 시범학교를 기존의 두 배 수준인 8개 교육청, 459교로 늘린다고 발표했고 전면 시행 시점도 2024년 2학기로 한 학기 앞당겼다. 학부모 만족도가 높고 저출산 시대에 교육과 보육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만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시범학교를 중심으로 우수 사례가 발굴·확산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 교육부는 내달 중으로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프로그램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오후 6시까지 ‘학원 뺑뺑이’ 대신 학교서 예체능 활동 = 지난 25일 경기 화성 송린초 강당. 오후 6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24명의 학생이 3일 앞으로 다가온 전국 대회를 위해 팜 치어리딩 연습에 한창이었다. 파란색 티에 검정 바지, 검정 팜 신발을 맞춰 착용한 아이들은 대한치어리딩협회 소속 강사의 지도에 따라 3분 남짓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안 텀블링, 다리 찢기 등 고난도 동작까지 선보였다. 송린초는 3월 교육부의 늘봄학교 시범학교로 선정된 뒤 ‘맞춤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팜 치어리딩 부를 신설했는데, 매주 수요일 오후에 모여 5개월여간 활동한 결과 경기도교육청 대표로 전국 치어리딩 대회에 참가해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4학년 차예담(11) 학생은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수학과 피아노 학원에 갔는데 올해부터는 익숙한 학교 공간에서 친구, 언니, 오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치어리딩뿐 아니라 생명과학 등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68명이었던 돌봄 대기 인원이 늘봄학교 시행 후 0명으로 = 송린초의 경우 현재 1473명의 학생 중 848명이 방과후학교 등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60%에 가까운 학생이 정규 수업 외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송린초는 시범학교 선정 후 기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종류를 확대하고 아침 돌봄, 틈새 돌봄 등으로 돌봄 유형도 다양화했다. 아침 돌봄의 경우 등교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8시부터 놀이 체육·코딩 수업을 제공하는 식이다. 기존 방과후 프로그램의 수익자 부담 원칙을 유지하되, 올해 새로 도입된 늘봄 프로그램은 특별교부금을 활용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박성환 방과후·늘봄 담당 부장 교사는 “올해 1월 기준 돌봄 대기자가 68명이었는데 시범학교로 선정된 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대기자가 0명이 됐다”며 “대기자 중 60% 정도는 다른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 40% 정도는 지역 연계 프로그램으로 흡수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초등돌봄교실 대기 인원은 3월 기준 1만5000명 규모였지만 늘봄학교 정책 시행과 함께 다양한 교육·돌봄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6월 말 기준으로 약 84% 감축된 2433명까지 줄어들었다.
◇초등 돌봄 절벽 막는다… 교육격차 해소에도 기여 = 정부의 늘봄학교 추진도 바로 심화하는 초등 돌봄 절벽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이 됐다. 오후 1∼4시 사이 하교하는 초등학생 자녀를 돌보기 위해 3040 여성의 경력 단절 현상이 심화하는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역대 최대 사교육비가 투입되는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85.2%로, 중학생(76.2%)과 고등학생(66.0%)을 모두 앞지를 정도였다. 늘봄학교가 현장에 안착되면 맞벌이 부부의 자녀 양육 부담이 줄어들면서 저출산 문제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늘봄학교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며 “청소년기 아이들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는 진화 중… 민간·대학과 협업하며 저변 넓혀 = 늘봄학교가 사교육 기관보다 먼저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8개 시범교육청에서는 민간 및 관계 기관,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강사진을 확보하고 프로그램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대전 선암초는 ‘온 마을 늘봄학교’를 내걸고 대학과 지역 기관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례다. 6개 대학과 연계해 교과·특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충남대 사범대와 함께 한국사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한남대 정보통신학과와 보드게임 프로그램을 여는 식이다. 종합사회복지관, 어린이도서관 등 7개 지역 기관·단체와도 협력해 프로그램을 구성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특히 예체능 활동이 현장에서 높은 호응을 받고 있는 만큼 한국야구위원회, 대한축구협회, 대한태권도협회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학교의 늘봄학교 체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등과의 협력을 통해서는 늘봄학교 경제·금융 교육 운영을 지원하는 중이다.
◇업무 과중 우려, 교원과의 소통 필요… 교육부 “전담 교원 추진” = 늘봄학교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개별 학교·교사의 역량과 책임에 맡겨지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사들 사이에서 “늘봄학교 업무까지 도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교육부도 운영·지원 인력 확충과 교육(지원)청 중심의 운영 체계 안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 늘봄학교 시범학교 확대와 함께 기간제 교사 328명 등 학교에만 651명의 인력을 투입한 상황에서 내년 전면 확대에 대비해 기간제 교사 2000명과 신규 교사 100∼150명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방과후·돌봄교실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대로 ‘늘봄전담교사(가칭)’를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는 “교육지원청의 방과후·늘봄 지원센터 역할이 지금보다 큰 폭으로 확대돼 예산 사용부터 강사 채용까지 주도적으로 하도록 해야 하며, 학교에는 행정업무를 담당할 전담 인력 지원을 늘려야 한다”면서 “늘봄학교 업무를 합리적으로 배분해 교육 활동에 집중해야 할 교사들과 입장 차를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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