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약이다
10개국 전문가 등 3000명 참석
질병 퇴치 위한 산림치유 논의
토론회·강연·토크 콘서트 행사
산림욕 등 치유기법 현장 시연
고령화 시대 신성장 산업 부상
화순=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산림치유를 주제로 한 세계 최초 국제 대회인 ‘2023 세계산림치유대회’가 10월 27∼30일 4일간 전남 화순에서 개최됐다. 10개국 80여 명의 전문가와 산림치유지도사, 관람객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이 대회는 산림치유가 세계 각국에서 어떻게 건강증진과 질병 치유에 활용되고 있는지를 공유하고, 신성장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풍성한 성과를 남겼다.
산림치유란 숲의 치유 인자인 경관·햇빛·피톤치드·음이온·소리 등의 작용과 동적·정적 프로그램, 요법을 통해 인체의 면역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을 말한다. 피톤치드는 평화로움을 느낄 때 발생하는 뇌파인 알파파를 활성화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 숲길 2㎞를 30분간 걸으면 사고력과 이해력 등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고혈압·우울증 환자도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효능을 발휘한다는 점이 입증됐다. 국내 산림치유는 2010년 치유의 숲 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본격화해 고령화 추세로 갈수록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산림청 후원, 화순군 주관, 전남도 주최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국가별 의과학적 산림치유연구사례를 공유하는 국제산림치유토론회(포럼), 국내외 현장 전문가가 운영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 시연, 치유 음식 조리법 공유, 산림치유 토크 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토론회 기조연설은 신원섭(전 산림청장·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한국산림치유포럼 회장이 맡았다. 한국의 산림복지 관련 법률·정책·시설 등을 소개하고, 산림 분야에서 성취한 여러 업적사례를 통해 국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산림복지전략을 논의했다. 현재 전국 35개 치유의 숲 대부분이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주도의 정책과 시설에 의해 운영 중이다. 신 회장은 “산림치유와 복지가 일자리의 창출과 소득에 좀 더 기여하기 위해서는 민간산업으로의 확산이 필요하다”며 “산림치유지도사 같은 전문인력들의 고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유림 산주들이 산림복지업으로 산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 후 세계 각국에서 온 전문가 강연이 진행됐다. 핀란드에서 온 카트리나 킬피 국제산림치료의날(IFTDays) 코디네이터가 핀란드에서 시작된 IFTDays 운영성과를 소개했다. IFTDays는 2명의 핀란드 출신 산림치료 전문가의 아이디어로 출발해 현재는 유럽의 많은 산림치유 전문가들의 모임으로 성장했다. 폴란드에서 온 카타르지나 시모니엔코 산림치료센터 이사는 폴란드의 산림치료센터와 사례를 설명했다. 숲 치료 산책 등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조현병·자폐증,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여성, 포스트 코로나19 환자들의 만성피로, 불안·우울감 등을 위한 산림치료 프로그램 사례를 제시했다.
유치아핑(余家斌) 국립대만대 교수는 산림치유가 노인의 인지 능력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발표했다. 산림치유에 참여한 노인들의 뇌 활동과 자율신경계 활동을 측정해 기분 상태와 우울감 등의 심리 지표가 개선됐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또 노인들을 위한 가상현실(VR)의 활용사례와 적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리우리준(劉立軍) 중국산림학회 산림요양위원회 이사장은 산림환경 내 기존 휴양관광 시설을 플랫폼으로 활용한 식이요법·중의학요법·아로마요법·운동요법·원예요법·온천요법 등을 소개했다.
세계 각국의 산림치유기법 시연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20년 동안 1만 명에게 산림치유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일본 나가노(長野)현의 ‘숲 메디컬 트레이너’인 가즈히로 고우리키(高力一浩), 인도 출신으로 ‘Healingforest.org’ 창립자이자 구독자 200만 명의 유튜브 운영자인 니틴 다스, 대만 산림치료학회 이사이자 공인 산림치료사인 린치아민(林家民) 씨 등이 화순의 아름다운 숲 속에서 산림욕과 야외 명상 활동, 자연기반 교육과 훈련, 숲에서의 일광욕 방법 등을 시연했다. 이 밖에 스위스·핀란드·스웨덴·독일·체코 등의 전문가들이 병원-숲 연결 활동, 보디 투 브레인 트레이닝, 숲 건강 트레이닝, 산림건강 트레이닝, 산림기반 심리치료, 자연치료 등의 기법을 동영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앞으로 산림치유분야를 보건의료와 연계해 국민적 부담을 줄이고 관련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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