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광효 관세청장 '무역 빅데이터, 민생 경제 활성화 핵심자원'
[대전=뉴시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불린다. 현대사회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얻고 미래를 예측하는 건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에서도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관세청에는 하루 평균 15만 명의 사람과 약 250만t의 화물이 국경을 통과하면서 무역 빅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관세청이 보유한 데이터 규모는 394TB로 책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4억 권 분량에 이른다.
이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자국 우선의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고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요즘 상황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원자재 등 수출입 물품의 수요·공급을 예측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관세청은 단순히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해 무역데이터의 숨겨진 가치를 발굴, 그 가치가 국민생활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선 범정부적 물가 대응정책을 지원키 위해 지난해 '수입물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올해 4월부터 매주 수입물가의 변동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입물가는 국민에게 가장 체감이 큰 국내물가에 선행성을 갖는 중요한 경제지표다.
관세청은 수입신고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수입 가격이 강한 상승추세를 보여 향후 가격이 지속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선별, 관계부처와 공유하고 있다.
초기에 194개 품목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수입물가 모니터링 시스템의 범위도 최근 확대했다. 국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농축수산물부터 중소기업의 핵심 원자재 등 831개 품목의 수입물가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특히 물가 관리가 중요해지는 설·추석 명절에는 제수용품 등의 수입 가격을 추가로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정책을 적시에 수립할 수 있고 국민은 가계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급망 위기에 대응키 위해 지난해부터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C-EWS)'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요소수 대란 등을 겪으며 확인한 공급망 관리 필요성에 따라 수출입 데이터와 과거 공급망 충격 사례를 분석해 위기 징후를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했다.
매주 333개의 주요 핵심 품목을 대상으로 수입량과 단가가 급변하는지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관련 부처로 전달해 범부처 공급망 위기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특정국에 의존도가 높은 품목 3941개를 자체 선별해 추가로 점검 중이다. C-EWS는 과거 실제 공급망 위기를 겪었던 중국의 요소 수출규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사태를 모델로 사후 검증을 거친 결과, 규제 발표 전 4주 이내에 경보를 발령할 정도로 사전예측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역시 수출규제의 우려가 있었던 갈륨, 게르마늄, 비료용 요소 등 핵심 자원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을 시행해 공급망 위기에 대응했다.
국제정세 변화, 보호무역주 기조 확대 등 공급망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관세청은 향후 조기경보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차전지 품목 등 점검 범위를 확대하고 각 부처에서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경보 발령 품목에 대한 수출입 정보를 추가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등 우리나라 핵심 수출산업의 원자재 수급 불안정성을 줄여 경기회복 모멘텀이 살아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처럼 관세청은 보유한 무역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수입물가 변동에 조기 대응함으로써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공급망의 안정성을 보장해 국민생활에 밀접한 품목의 공급대란을 방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데이터 기반의 관세행정을 구현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고광효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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