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현역 40년? 시대 감각 뒤떨어지지 않게 노력"(종합) [N인터뷰]
"삼례나라슈퍼 사건, 진범 자백이 인상적이었다"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정지영 감독이 '소년들'로 4년 만에 스크린에 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소재로 한 사건을 다루며, '부러진 화살'(2012), '블랙머니'(2019) 등 실화 3부작을 이어가며 깊은 울림을 전하고자 한다.
정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자신의 연출작 '소년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 감독은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다루게 된 것에 "재심에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고 약촌오거리사건을 접했을 때 소신과 공권력의 관계를 발견했다"라며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문제를 한번 영화로 만들어보자 생각했는데 마침 다른 사람이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포기를 했는데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접하고 비슷한 사건을 접했는데 이게 더 깊고 넓어서 (영화화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건은 다른 것과 달리 진범이 자백을 했다, 당시 진범과 소년들이 대질심문도 했는데 그 때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라며 "검찰로 인해 진범이 범인이 아닌 것이 되자, 진범 중에 한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 그래서 범인으로 몰린 소년 중 하나가 그 모습을 보고 이상했다고 하더라, 그게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년들'에 등장하는 황준철 반장은 다른 사건에서 끌고온 인물이다. 실제 황준철 반장은 익산약촌오거리 사건을 해결한 인물이지만,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맡지는 않았다.
정 감독은 "황 반장을 만나서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니고, 약촌오거리 사건으로 황 반장을 보고 캐릭터를 만든 건데 실제 황 반장이 공정심이 많은 사람이더라"며 "실제로도 파출소까지 좌천되고 좌절도 했다가 마지막에 결심을 하고 도와주는데 그게 상당히 감동이었다, 황반장은 원래 '미친개'로 끝까지 사건을 물고 가는데 좌절하니까 무너진다, 그렇지만 황 반장의 본질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된 설경구와는 사석에서 만난 뒤 일주일 만에 대본을 줬다고. 정 감독은 "시나리오 쓰면서부터 설경구를 생각했다"라며 "강철중 생각이 났었고 또 하나는 영화에서 황준철 반장의 인물 폭이 17년이다, 젊을 때와 나이 든 때를 같이할 연기자가 필요해서 설경구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블랙머니'의 인연을 이어 특별출연한 조진웅도 돋보인다. 정 감독은 "역할이 작다고 조연 배우 쓴다는 것도 그렇고, 검사가 딱 나타났는데 '만만치 않겠구나' 이렇게 봐야 긴장감이 생기지 않겠나"라며 "우리가 잘 아는 배우들과 설경구를 두면 보통 설경구에게 질 것 같지 않나, 그래서 조진웅을 캐스팅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조진웅한테 특별출연 얘기를 했더니 기꺼이, 선뜻 움직여서 다행이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소년들'에 출연한 서인국 역시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정 감독 역시 "저도 해준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사실 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회사 PD가 한 번 (캐스팅을) 해보겠다고 했고, 서인국이 하겠다고 했다더라"고 밝혔다. 이어 "(힘든 역할이라) 고마웠다, 악인지 선인지 따지기 전에 이재석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서인국은 이런 복합적인 인물, 감정을 만들어내는 걸 배우겠다는 자세가 있더라"며 "진짜 좋은 사람이다, 이미지 생각해서 하기 싫다는 연기자는 나중에 결국 좋은 연기자가 못된다"고 칭찬했다.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소년들'까지, 연달아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으며 '사회파 감독'이라는 애칭도 붙었다.
정 감독은 "어쩌다 '사회파 감독'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라며 "나는 내가 있는 곳의 역사, 시대를 반영하는 영화를 하게 된 게 내가 위치한 곳이 어디인가,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지, 항상 그걸 담아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기작으로 제주 4.3 사건을 다루는 것을 언급, "그래서 앞으로 다루는 게 현대사인데, 이처럼 과거를 다루는 게 과거의 무엇을 담는다기보다는 그걸 통해서 현재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며 "과거로부터 현재가 왔고 이 현재가 어떻게 갈 것인지를 점검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디 여행을 가도 여기가 어디이고, 그걸 항상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고 부연했다.
정 감독은 1982년 영화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를 통해 데뷔, 올해 40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지난달 아트나인에서 '정지영 감독 40주년 회고전'을 진행했고,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40주년의 의미에 대해 정 감독은 "원래 그런 의미부여를 못하는 사람이라 40주년 행사 자체도 쑥스럽다"라며 "그렇지만 그걸 계기로 내가 영화에서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보는데 도움이 됐다, 평소에는 옛날 작품을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뭘 할 건지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보니까 후회되는 것도 있고 보람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만 웬만큼 열심히 살아왔구나 싶었다"라며 "제일 후회되는 건 가족에게 불성실했던 거다"라고 털어놨다.
설경구는 정 감독의 40주년에 대해 '그냥 40주년이 아니라 현역이라는 게 큰 의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역으로서 감을 잃지 않은 비결이 있냐는 물음에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1980~90년대 좋은 감독들이 많은데 지금 못하고 있지 않나, 그들은 열심히 적응하려고 했는데 그 환경이 받아주지 않았다,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데 아예 만나주지 않는 것이다, 그런 낡은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상당히 손해를 많이 본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우연히 '부러진 화살' 때문에 재기한 거나 다름없다고 봐야 하는데, 사실 '부러진 화살'은 저예산 영화인데 성공하는 바람에, '정지영 감독이 현역이구나' 이렇게 된 거다"라며 "다른 사람들은 그럴 기회를 못 만났다고 생각한다, 이미 노하우가 쌓인 많은 보석들을 그대로 땅에 묻힌 채 엉뚱한데 헤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난 시대 감각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젊은 애들처럼 열심히 막 찾아보진 못하지만 그래도 애들이 뭘 좋아하는지, 감각이 어떻게 다른지는 찾아는 본다"라며 "그런데 중요한 건 정지영이라는 사람이 가지는 내용, 콘텐츠는 같지 않나, 그래서 그걸 변화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이 콘텐츠가 요즘 관객과 만나는 지점을 어떻게 소화해낼지를 생각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영화는 오는 11월1일 개봉한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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