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소년들', 실화의 힘과 아는 엔딩 사이

강효진 기자 2023. 10. 3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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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실화의 힘이 이길까,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봐왔던 결말의 기시감이 발목을 잡을까.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관객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소년들'이다.

영화는 마땅히 그래야 할 결과를 억지로 뒤집어 엎는 거대한 조직의 힘과 그 앞에서 사회적 약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초점을 뒀다.

서늘해진 가을 날씨에 '소년들'이 가진 실화의 힘이 관객들의 마음에 불꽃을 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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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들. 제공ㅣ CJ ENM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강력한 실화의 힘이 이길까,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봐왔던 결말의 기시감이 발목을 잡을까.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관객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소년들'이다.

오는 11월 1일 개봉하는 '소년들'(감독 정지영)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세 명의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설경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건 실화극이다. 1999년 벌어진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극화했다.

일명 '미친 개'로 불리는 범인 검거율 톱3 형사 황준철(설경구)이 완주 경찰서 강력반 수사반장으로 부임한다. 승승장구하며 사건을 격파하던 중 자신이 부임하기 전 수상할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 된 우리슈퍼 강도 치사사건이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조작됐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러나 진범까지 나타났음에도 경찰 조직 전체가 이미 깔끔하게 해결된 사건을 뒤집어 엎고 사건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 일을 막으려 안간힘을 쓴다. 옳은 일을 하려는데도 조직의 반역자가 된 황준철은 그 후 좌천돼 16년 동안 섬과 오지를 떠돌고 승진도 하지 못한 채 경위로 정년을 앞두게 된다. 그 사이 범인으로 조작된 세 소년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고, 범인이 아님에도 사회에서 '살인자' 취급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간다.

사건 당시에는 이들이 범인이라 믿었던 피해자 유족이자 유일한 목격자 윤미숙(진경)은 어느 순간 진범을 찾아 재심을 통해 이들의 누명을 벗기겠다는 결심을 하고 황준철을 다시 찾는다. 하지만 정의감 넘치던 황준철은 16년 전과는 달리 늙고 노쇄하고 풍파에 시달려 더 이상은 이 사건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보인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황준철의 변화를 보여주기보다는 16년 전 사건을 처음 접한 황준철, 16년 후 꺾여버린 황준철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그 간극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강직했던 황준철이 모든 의욕을 잃은 노인이 되기까지 1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득하고도 아찔한 세월의 공백에 녹아있는 고난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도 관객들이 느끼게 한다.

사건 조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무너질 경찰의 위신과 잃어버린 세 소년의 인생, 과연 저울 위에서 어떤 것이 더 무거울까. 사실 이 두 가지가 같은 저울 위에 올라갈 수 있는 가치일까. 영화는 마땅히 그래야 할 결과를 억지로 뒤집어 엎는 거대한 조직의 힘과 그 앞에서 사회적 약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초점을 뒀다. 그리고 이 답답함은 곧 나 역시 무고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무형의 공포로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가 단순한 사건의 재구성을 넘어서는 지점이자 사회고발 프로그램 방송 분을 뛰어넘는 가치를 보여주는 포인트다.

그렇지만 사건 해결이 절정인데 관객 대부분이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것이 실화극의 단점이다. 심지어 후반부 하이라이트인 법정 신 역시 다소 예상 가능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오히려 이 지점에서는 감정을 몰아가려는 연출 탓에 집중이 깨지려는 찰나, '이게 실화라니'라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면서 감동을 이어가는 몰입에 도움을 준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사건을 재조명하고, 사건을 넘어 소시민으로서 느끼는 무력감을 관객의 가슴에 와닿도록 표현해낸 작품이다. 다만 아무리 배우들이 호연을 펼치고 구성을 새롭게 한다 한들 아는 줄거리, 아는 결말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관객들이 나서기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서늘해진 가을 날씨에 '소년들'이 가진 실화의 힘이 관객들의 마음에 불꽃을 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월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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