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나!' 수지가 자신을 사랑하는 법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자신과 닮은 역할을 만난 배우 겸 가수 수지는 아픔까지 온전히 표현하며 연기했다. 그럴수록 자신을 치유하고 채웠다는 수지다. 매 작품 '은퇴'한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한 수지의 단단한 내면이 놀랍다.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POP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두나(수지)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수지는 극 중 아이돌 생활을 은퇴한 두나 역을 맡았다. 감정기복이 있는 성격으로 거침없지만 속은 여리고,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을 섬세하게 보여줬다.
수지는 두나에 대해 "감정 기복이 심하고 굉장히 널 띠는 인물이다. 그런 두나만의 감정 표현 방법이 마음 쓰이면서도 잘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두나의 성격 자체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데 한 번 표현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나는 엉망이다'라는 느낌을 중점적으로 가져갔다는 수지는 "자신뿐 아니라 남들도 당연히 나를 엉망으로 생각하는 걸 알고 있다는 느낌으로 두나를 대하려고 했다. 어느 순간 그 마음들이 약해져 갈 때 다시 P(이진욱)를 만나 마음이 휘몰아친다. P로부터 '너 자신을 망치는 건 너 자신'이라 들었을 때는 기다리던 순간이었지만 두나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두나를 제대로 해내보고 싶었다는 수지는 흡연, 욕설 연기도 과감히 소화했다. 부담감보다 오히려 두나를 마음껏 오해하게 해 보자 했다는 수지다. 그는 "두나란 사람을 오해하고 나중에는 이해하는 과정까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나가 미워 보이지 않게 마음껏 오해하게 해 보자 생각해 오히려 더 (미운 부분을) 분명하게 살리려고 했다. 연기하면서 오는 쾌감도 있었다. 병원신에서 사람들 앞에서 욕하고 짜증내는 장면이 있다. 그 부분이 재밌었다"고 웃었다.
원준을 상대로 한 플러팅도 과감하게 했다고 한다. 수지는 "대본을 보면서 민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촬영을 할 당시엔 몰입이 돼 원준이 힘들겠다 식으로 생각했다. 두나가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장난치는 입장이니 최대한 막 해야지, 거침없이 해야지, 당황시켜봐야지란 생각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원준을 연기한 배우 양세종과 호흡도 만족스러웠다며 "빨리 편해지고 싶어 장난도 많이 쳤다. 현장에서도 감독, 양세종과 얘기를 하며 인물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었다. 생각보다 잘 받아줘서 케미가 보였던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두나의 성격, 특징, 서사 등을 이해하며 마음껏 표현한 수지다. 과거 아이돌 미쓰에이로 활동했던 수지였기에 더욱 두나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다.
수지는 "아무래도 두나로서 활동을 하려고 하다 보니 미쓰에이 때의 나와 안 겹쳐 보였으면 했다"며 "댄스 연습을 하면서 5명이 합을 맞추는 것에 중점을 많이 뒀다. 멤버들과 합을 맞추는 게 오랜만이고 새로웠다. 무대에 다시 섰을 때는 진짜 무대에 서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보다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수지는 "두나처럼 노래가 안 나와 힘든 순간이 있었던 같지만, 모든 순간을 인지하진 못했던 것 같다. 두나가 온전하게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나는 이런 순간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두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황금 같은 시간도 일 만하면서 지내왔던 인물이다. 저도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니 막상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이 시간을 제대로 못 쓰고 지나가는 느낌이 있었다. 두나 대본을 보면서 나도 이랬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보다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게 된 것 같다. 자기만 온전히 시간을 갖는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돌,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수지의 삶도 가능할 것 같다고. 수지는 "두나가 평범함에 대해서 굉장히 갈망하고 있고, 자신의 큰 쿰처럼 얘기한다. 저도 대본을 볼 때 한 대 맞은 것처럼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두나 입장에선 판타지였던 것 같고, 저는 항상 질문을 받을 때마다 평범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웃었다.
은퇴에 대한 생각도 늘 하고 있단다. 수지는 "항상 생각하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다. 언제든 이 일을 그만둘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이 항상 마지막일 수도 있고 그런 생각을 하는 편"이라며 "때문에 작품을 할수록 소중함이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두나처럼 이 일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일이 전부가 되기는 싫은 것 같다"고 솔직히 밝혔다.
때문에 '이두나!'가 갖는 의미도 남달랐다. 수지는 "작품을 만난 것만으로도 뜻깊었던 시간이지만, 두나의 외로움과 상처를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저를 치유하고 채웠던 것 같다"고 덤덤히 얘기했다.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수지. 10대 때 데뷔해 20대 때 '국민 첫사랑'이란 수식어를 얻었고, 어느 사이 30대에 접어들었다. 수지는 "나이를 먹는 게 오히려 좋다. 나이를 더 먹은 더 성숙해진 내가 기대되기도 한다. 주름이 생기는 것 빼고는 좋다"며 "'국민 첫사랑' 타이틀도 너무 좋다. 계속 가져가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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