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데, 저는 운 9에 실력 1인 것 같네요"
(MHN스포츠 고양, 권수연 기자) 가장 어렵다는 프로 '첫 승'의 알껍질을 깼다. 그리고도 모자라 파죽지세로 4강까지 올라오더니, 아예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휴온스 캡틴 최성원이 날을 제대로 맞았다.
30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5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최성원이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 휴온스)을 세트스코어 4-1(15-1, 15-9, 9-15, 15-8, 15-1)로 꺾고 프로 첫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2014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당구사 최초 우승,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랭킹 1위를 달성하며 '3쿠션 전설' 타이틀을 달았던 최성원은 PBA 전향 138일만에 첫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이 우승은 올 시즌 PBA 국내 선수로써 이뤄낸 첫 우승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번 대회 결승전은 해당 대회 스폰서 구단 선수들이 결승에서 집안 싸움을 벌이는 최초 사례다.
더불어 같은 팀의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와 더불어 한 팀에서 데뷔 시즌 첫 승부터 결승 진출, 우승까지 일궈낸 독특한 사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휴온스는 올 시즌 챔피언을 셋이나 배출한 팀이 됐다.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사이그너에 이어 3차 투어(하나카드 챔피언십) 팔라존에 이어 5차 투어(휴온스 챔피언십) 최성원까지 합류했다.
최성원은 이 날 PBA로 전향한 궁극적인 목표를 이뤘다. 그는 경기 후 "프로에 온 이유는 금전적 이유도 있지만 여기서(PBA)도 우승을 한번은 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2014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버금가게 기쁘다"는 솔직한 소감이 따라붙었다.
최성원에게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남다르다. 그는 "평생 가장 기쁜 우승이고,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우승"이라고 세계선수권 무대를 콕 집어 말했다. 그렇기에 4전5기 끝 이룬 '버금가는 기쁨'에서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프로로 전향한지 4개월을 조금 넘겼다. 연맹 시절 무대와는 경기 시간부터 환경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최성원은 "하루 한 경기를 하지만 일정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오후 2시 경기했다가 또 오후 10시에 경기를 하는 등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컨디션을 관리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에도 팔라존,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 크라운해태) 등이 치고 올라오며 '스페인 천하'가 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최성원은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판을 이끌며 우승에 발을 디뎠다. 올 시즌 첫 토종 챔피언이다.
최성원은 "외인 선수들은 기본기를 먼저 닦고 3쿠션을 친다. 한국 선수들은 보통 당구장에서 큐대를 잡으면 3쿠션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실력면으로는 사실 많이 뒤쳐진다. 하지만 PBA 경기는 막상 대봐야 아는데, 그날 그날 잘 치는 선수들이 이기는 것 같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는데 PBA는 운팔기이 정도 된다. 나는 오늘 운구기일인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아울러 "(우승하고) 가족들이 가장 먼저 생각났고, 돌아가신 아버지와 요즘 편찮으신 어머니도 생각이 났다. 항상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효도한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심적으로 뭉클하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게 올 시즌 챔피언을 세 명이나 품었지만 팀리그에서의 휴온스는 갈 길이 멀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노릴만큼의 호화 멤버로 리빌딩을 거쳤지만 3라운드에서는 전패를 면치 못하며 반등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좋은 성적이 팀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주장이기도 한 최성원은 "오히려 걱정된다. 앞으로 개인투어를 두 개 정도 치르면 바로 팀리그에 돌입하는데 선수들이 그 때 가면 아마 에너지 소강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팀리그가 더 부담된다. 하루에 치르는 경기 수가 적은데, 개인적으로 (PBA에) 바라는 점은 선수들이 (팀리그에서) 경기를 좀 더 많이 치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5차 투어의 남녀 우승자를 모두 가린 PBA는 오는 11월 3일부터 곧장 6차 투어 LPBA 챔피언십으로 다음 일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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