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신고 무더기 사장되나... 인권위 ‘비토권’ 규정 추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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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20년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 인권위를 흔드는 규정 개정 시도 반대한다."
30일 오후 3시께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앞두고 서울 중구 인권위 회의실 앞 복도는 인권단체 회원들의 구호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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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관행과 기준 흔드는 결정”
“인권위 20년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 인권위를 흔드는 규정 개정 시도 반대한다.”
30일 오후 3시께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앞두고 서울 중구 인권위 회의실 앞 복도는 인권단체 회원들의 구호로 가득 찼다.
이들이 개정을 반대하는 안건의 제목은 ‘소위원회(소위)에서 의결되지 않은 안건의 처리’. 언뜻 실무 절차와 관련돼 보이는 이 안건을 두고 인권단체들이 “인권위 설립 취지와 조직 성격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철회를 촉구한 것이다. 결국 전원위는 3시간 넘는 격론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다음달 13일 안건을 재상정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의 주도로 위원 6명이 발의한 이 안건은 “개별 소위(3명)에서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안건을 기각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인권위에는 6개 소위가 있는데, 그동안은 소위 위원 3명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사안을 위원 전원(11명)이 참여하는 전원위에 올려 심의를 해왔다. 이때 전원위는 재적 위원(11명) 과반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의결해왔다.
하지만 김용원 상임위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위 위원 3명 가운데 1명이라도 안건에 반대할 경우 전원위에 안건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안건 기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권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많은 안건이 ‘자동 기각’된다며 비판했다. 국제민주연대 등 62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민감한 사안, 특히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와 밀접한 사안일수록 위원들 간 의견 대립으로 소위에서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 경우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고 반대 의견만으로 진정 사건에 대한 논의 자체가 가로막힐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전원위에서도 안건이 미치는 파급력을 두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송두환 위원장은 “당장 표결까지 가는 것은 20년의 관행과 기준을 바꾸는 것이므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논의를 하자”며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김용원 위원은 “이 안건이 빨리 처리되길 바랐다. 내 방식대로 소위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일은 지난 8월1일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집회 방해 사건 진정을 다룬 침해구제 제1위원회(침해1소위)가 계기가 됐다. 정의기억연대는 일부 보수시민단체가 심한 소음과 욕설 등으로 수요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막아달라고 진정했지만, 침해1소위 위원장인 김용원 상임위원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기각 선언’을 하고 회의를 종료했다. 통상 이 경우 전원위로 안건이 올라가야 하지만, 이례적으로 소위에서 기각 결정이 난 셈이다. 이후 침해1소위는 개최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전원위에서는 이충상 상임위원이 의안 제출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박진 사무총장을 향해 “무식하고 오만방자하다.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나가달라”등의 발언을 하면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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