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잠들어도, 코 골아도 괜찮아요…현대무용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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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다가 졸리면 '내가 지금 졸리구나' 하고 생각하시고, 객석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면 '누군가 코를 고는구나' 하고 편하게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이어 "안무가는 어디까지나 관객이 잠을 청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과 무용 동작을 만들 뿐 잠을 자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의 선택에 달렸다. 모두가 잠이 들어도 공연은 계속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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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공연을 보다가 졸리면 '내가 지금 졸리구나' 하고 생각하시고, 객석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면 '누군가 코를 고는구나' 하고 편하게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리는 황수현 안무가의 무용 공연 'Zzz'는 잠을 주제로 한 독특한 현대무용 공연이다. 관객은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공연을 관람하다 언제든 자유롭게 잠을 청할 수 있다.
'Zzz'는 '검정감각', '카베에' 등의 작품으로 낯선 신체 경험과 새로운 감각을 탐구해 온 황 안무가의 신작이다.
그는 인간에게 필수적이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잠에 관한 체험을 기획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장소라고 인식하는 극장에서 긴장을 풀 수 있도록 공연 시간을 길게 설정했다.
30일 열린 리허설 전에 만난 황 안무가는 "코로나 이후로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경직됐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극장에서도 경직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잠을 자면 안 된다는 보이지 않는 금기도 존재한다. 그런 상황에서 극장에서 함께 잠을 자며 몸에 힘을 빼는 경험을 해본다면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Zzz'는 공연장부터 일반적인 무용 공연과 다르다. 딱딱한 의자가 있어야 할 객석에는 푹신한 매트가 넓게 깔려있다. 극장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입장한 관객들은 비치된 쿠션과 담요를 들고 바닥 곳곳에 자유롭게 자리를 잡는다.
공연장 전체에는 따뜻한 색조의 조명을 은은히 밝혀두어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아득히 들리는 몽환적인 느낌의 배경 음악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잠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무용수 6명은 공연이 시작된 지 30분가량 지난 시점부터 천천히 관객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느릿느릿 관객 주위를 걸어 다니다 제자리에 멈춰서기를 반복할 뿐 별다른 몸동작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미 잠에 빠져든 관객을 깨우려는 듯 이따금 휘파람을 불며 주의를 끌었지만, 발걸음만큼은 한결같이 조심스러웠다. 눈앞으로 다가온 무용수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발에 힘을 주고 걷는 모습이었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무용수들은 V자 모양으로 대형을 이뤘다가 점차 가까워지는 등 움직임을 조금씩 키워나갔다. 무중력 공간을 떠다니는 듯 몸을 서서히 앞으로 기울였다 돌아오는 동작을 반복했다.
황 안무가는 "사람이 잠에 빠져들기 전의 상태를 가장 잘 유도하는 움직임을 생각해 무용으로 표현했다"며 "반복되는 동작이나 흩어져 있던 대상을 볼 때 잠에 잘 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시각적인 측면에서 조명도 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무가는 어디까지나 관객이 잠을 청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과 무용 동작을 만들 뿐 잠을 자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의 선택에 달렸다. 모두가 잠이 들어도 공연은 계속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황 안무가는 극장에서 함께 잠을 청하는 경험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잠을 청한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이 공연이 끝난 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극장에서 함께 한다는 경험을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극장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각자의 신체 상태를 자연스레 따라가셨으면 좋겠습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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