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죽음 경계 선 여자의 2시간…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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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이 아닐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이런 경우 10명 중 1명은 암으로 봅니다."
장건재 감독의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40대 교수 주희(김주령 분)가 의사에게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를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장 감독이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배경도 김주령을 위한 영화를 다시 한번 만들고 싶다는 데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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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악성이 아닐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이런 경우 10명 중 1명은 암으로 봅니다."
장건재 감독의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40대 교수 주희(김주령 분)가 의사에게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를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의사는 주희의 가슴에서 혹이 발견됐다며 조직검사를 권한다. 암일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기계적인' 위로도 보탠다.
주희는 일순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다. 자기 몸에 암 덩어리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진단은 그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게 한다.
영화는 주희가 의사를 만난 이후인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 겪는 일을 흑백 화면으로 담백하게 그린다. 연구실을 정리하는 주희가 여러 사람을 만나며 듣게 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희를 찾는 사람들은 주희조차 잊고 있던 일이나 그에게 숨겨 왔던 사실에 관해 털어놓는다.
그러나 주희의 감정은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내내 온화한 표정으로 상대의 말을 들을 뿐이다. 어쩌면 삶의 끝자락일지 모르는 순간에서야 자기 일생을 관조할 수 있게 된 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벨기에 출신 프랑스 감독 아녜스 바르다의 1962년작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이하 '클레오')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누벨바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클레오'는 장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바르다 감독의 영화라고 한다.
장 감독은 자신의 전작 '잠 못 드는 밤'(2013)의 주인공 주희를 이 영화에 대입해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를 만들었다. 앞선 영화에선 남편과 알콩달콩 신혼을 즐기던 주희는 이혼을 결심하고 생사의 기로에 선 중년 여성으로 변해 있다.
김주령은 두 작품 모두에서 주희 역을 맡아 세월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장 감독이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배경도 김주령을 위한 영화를 다시 한번 만들고 싶다는 데서 출발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주희의 남편 호진(문호진)의 이야기와 주희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나온다는 점이다. 호진이 아내와의 일을 바탕으로 쓴 연극 장면이 특히 많이 등장하는데, 이 연극을 통해 주희의 진짜 내면을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두 이야기가 자연스레 섞이지 않고 단순히 병치한 것처럼 느껴진다. 두 인물이 부부관계라는 게 좀처럼 와닿지 않고 각기 따로 노는 느낌을 주는 이유다. 차라리 주희 한 사람에게만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1월 8일 개봉. 76분. 12세 이상 관람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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