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과학도시답게 대전만의 관광 데이터 정책을 수립하자

김영진 대전세종연구원장 2023. 10.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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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대전세종연구원장

알 라이스와 잭 트라우트는 마케팅에 '포지셔닝'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이를 인용할 때 대전이라는 관광상품 자체에 대해 무엇을 행하는 것 보다는 잠재 고객의 마음속에 자신의 이미지와 대전이라는 관광상품을 인식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즉, 대전이라는 관광목적지가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관광진흥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대전이라는 관광목적지가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을까? 이 물음은 바꿔 말하면 과연 대전은 대전만의 관광 데이터를 확보하고 대응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대상의 '외래관광객조사'와 함께 한국 거주 내국인의 국내와 해외여행에 대한 '국민여행조사'라는 국가승인통계를 공표하고 있다. 외래관광객조사와 국민 여행 조사 모두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지역관광을 위한 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또한 매년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보고서가 발간되는 시점은 항상 늦은 편이다. 지난해 외래관광객조사와 국민 여행 조사의 보고서는 올해 5월과 6월에 발간됐다. 즉, 데이터 활용의 시의적절성 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아울러 조사 항목이나 방식 등의 변화로 인해 과거의 데이터와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가 차원의 관광 흐름을 대비해 대전의 현 상황을 추적하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전만의 관광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대전 관광을 진흥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 올 9월 기준 대전시의 국가승인 통계는 총 15건이지만 이중 관광 관련 통계는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대구광역시, 경기도, 경주시 4개 지방자치단체는 관광 관련 국가승인 통계를 조사·관리하고 있다. 대전은 2019년부터 이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이해 '지역 방문의 해' 사업을 3년간 선포하고 추진한 첫해였다. 이때 대전시는 용역비를 예산에 반영해 대전관광 실태조사를 수행했다. 대전을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을 월별, 주중과 주말별, 장소별 등으로 구체화·세분화해 1000명 이상의 표본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2020년 COVID19가 심각해지면서 2021년까지 계획됐던 대전방문의 해 사업은 활성화되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됐고 실태 조사 관련 예산도 반영되지 못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해부터는 대전관광공사가 실태 조사 관련 사업을 자체 예산으로 수립했고 올해도 대전의 주요 장소에서 1000명 이상의 표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숙제는 대전 관광 실태 조사가 정례화되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져 관광 정책 수립을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산 확보와 함께 전담 인력을 전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표본 할당의 정교화나 데이터 확보의 정확성 등 조사설계에 대한 품질 관리 또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대전이 사랑받는 관광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은 '노잼도시'와 같은 키워드에 자꾸 신경을 쓰는 우리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관광목적지가 되기 위해서는 관광객의 마음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COVID19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겪으며 관광 관련 트렌드가 다양화와 세분화를 겪은 만큼 관광 데이터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 출발은 과학도시답게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대전 관련 관광 데이터를 행정에 활용하고, 정책 수립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대전관광 실태조사를 더 전문화·고도화하고, 빅데이터와 같은 2차 자료를 분석해 실태조사의 결과와 함께 살펴본다면, 과학도시 이미지를 지닌 대전만의 관광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꾸준한 진단을 통해 결과를 비교하고 그에 따른 처방전을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영진 대전세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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