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포항 몰수패 여부, 2년 전 연맹은 '팀'에 책임을 물었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연 포항 스틸러스의 몰수패는 성립될까.
전북 현대는 2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 28일 진행된 K리그1 35라운드 포항전과 관련, 연맹경기규정 제33조 제 2항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며, 동 규정에 따라 ▶포항의 0대3 몰수패 처리 ▶김인성 및 신광훈에 대한 사후퇴장 징계를 요청한다'고 했다. 핵심은 역시 몰수패 여부다. 전북-포항전은 1대1로 마무리가 됐다. 이에 따른 현재 순위는 포항(승점 60)이 2위, 광주FC(승점 57)가 3위, 전북(승점 53)이 4위다. 올 시즌 K리그1은 1위, FA컵 우승팀, 2위 팀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권이 주어질 공산이 크다. 3위는 이보다 한단계 낮은 리그에서 뛰게 된다. 만약 몰수패가 인정될 경우, 포항은 승점 59점, 전북은 승점 55점이 된다. 광주까지 승점 2점차의 촘촘한 상황이 된다. 남은 세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확 바뀔 수도 있다.
때문에 연맹 역시 고심이 깊다. 당초 30일 오전 진행된 경기평가위원회를 통해 몰수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지만, 일단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연맹은 "당분간 K리그가 열리지 않는만큼, 신속성 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전북과 포항 측의 입장이 첨예한만큼, 여러 사례들을 종합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일단 이번 '교체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과연 포항에 '무자격선수'가 있었는지' 여부다. 무자격선수가 없다면, 책임 소재가 누가 됐던간에 몰수패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일단 전북은 "대한축구협회에 공시되어 있는 IFAB 경기규칙 22/23 제 3조 제 3항 교체 절차에 대한 규정에 따라 김인성과 신광훈은 '경기출전자격'이 없는 선수로서 경기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상기 사항을 바탕으로 프로축구연맹의 경기규정 제 33조 제 2항 및 제 4항에 따라 '무자격선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경기규정 제 33조 제 2항에 따르면 경기중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것이 발각된 경우, 경기를 속행하되 해당 선수는 '퇴장' 되어야 했지만, 그러한 조치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고 했다.
K리그 규정 제20조 2항에는 '공식경기에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되어 경기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클럽이 0대3으로 패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경기 중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것이 발각될 경우, 해당 선수를 퇴장시키고 경기는 속행한다'고 되어있다.
먼저 김인성을 따져보자. 김인성의 경우, 교체대상이었음에도 그라운드를 누볐다. 언뜻보면 김인성이 무자격선수로 보이지만, 국제축구평의회(IFAB) 경기 규칙 제3조 제3항은 '교체될 선수가 떠나기를 거부한다면, 경기를 계속한다'고 규정한다. 만약 김인성이 자신이 교체 대상이었다는 점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계속 뛴 그의 행동에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교체 거부에 대한 해석이 애매하긴 하지만, 일단 여기까지 문제가 없다고 가정하자.
교체 사인이 나간 뒤에도 김인성이 6분간 경기를 소화한만큼, 교체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문제는 김인성이 나가지 않았는데, 신광훈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교체 절차에 대한 규정을 살펴보면, 교체돼 들어오는 선수가 입장하기 위해서는 '교체 아웃되는 선수가 떠났을때'라는 조건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헌데 신광훈은 김인성이 나가지도 않았는데 들어오며, 교체 절차 규정을 완벽히 위반했다. 김인성은 신광훈이 들어와 플레이를 한 때부터, 신광훈은 주심이 그라운드에 들어오라는 사인 여부에 상관없이 김인성이 그라운드에 남아있는 한, 경기출전 자격이 없는 '무자격선수'에 해당한다. 두 선수 중 누가 '무자격선수'인지는 연맹의 해석이 필요하지만, '무자격선수'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해외 사례에서도 심판진의 책임을 더욱 묻는 분위기다. 많은 기사를 통해 언급되고 있는 지난해 4월 2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펼쳐진 바이에른 뮌헨-프라이부르크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교체 실수로 바이에른 선수 12명이 기록상 동시에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를 펼치게 됐다. 프라이부르크는 바이에른이 일시적이라도 12명의 선수가 플레이한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며, 무자격 선수 출전을 주장하며 독일축구협회에 몰수패 처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축구협회(DFB) 스포츠법원은 심사 끝에 프라이부르크가 주장한 몰수패 요청을 기각했다. DFB 스포츠법원 측은 '프라이부르크는 바이에른이 후반 41분 교체 시 12명이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했다는 것은 당시 경기에 출전할 자격이 없는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뮌헨이 경기에 출전할 자격이 없는 선수를 본인들의 과실로 교체했다고 볼 수는 없으며, 12명의 선수가 경기장에서 일시적으로 플레이를 하게 초래한 것은 본질적으로 심판들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심판은 선수의 교체 과정에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대기심은 교체될 선수가 이전에 필드를 떠났는지에 대해 주심과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새로운 선수가 교체투입 되게 허락해주었다. 심판들은 기본적인 임무를 간과하여 교체 선수의 숫자와 해당 선수를 확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경기를 재개한 오류를 범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사례를 100% 참고하기는 어렵다. 당시 바이에른은 '11번' 킹슬리 코망을 교체 아웃하려 했지만, 대기심은 교체보드에 '29번'을 표기했다. 29번은 당시 바이에른 라인업 명단에 없는 등번호였다. 당연히 코망은 자신의 교체아웃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남았다. 그라운드에 있던 '7번' 아웃을 정확히 명시했던, 전북-포항전과는 다르다.
당시 광주는 후반 39분 김종우와 김봉진을 동시에 교체투입하려 했으나, 대기심이 "나중에 한명 추가 교체한다"며 막았다. 광주는 '진행 미숙'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연맹은 결국 몰수패를 선언했다. 연맹은 "설령 무자격선수가 출장하는 과정에서 대기심의 실수라는 요인이 개입되었다 하더라도, 해당 대기심의 책임에 따른 조치와 별개로 대회 요강에 따라 경기 결과를 광주의 0대3 패배로 간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선수 교체 횟수는 경기규칙 중에서도 '상대팀과 동등한 조건'이라는 축구의 기본 원칙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경기는 완결된 경기라고 할 수 없다. 경기의 완결성을 훼손한 결과에 따른 책임은 이를 야기한 팀에게 부과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판진의 실수와는 별개로, '경기 관련 규정을 준수할 책임은 기본적으로 경기에 참가하는 팀에 있다'는 판단 기준을 세운 셈이다. 전북-포항전 역시 이같은 기준에 따른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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