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불법대부업체 일당 11명 검거 대출 담보로 지인 연락처 등 요구 8개월간 2억3000만원 부당이익 피해자 83명… 대부분 20∼30대
연 3000%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을 요구하며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한 일당이 검거됐다. 처음에 요구한 기간 안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나체사진을 요구하고 주변인에게 이를 유포하며 피해자를 상대로 악질적인 협박을 일삼았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30일 불법 대부업체 일당 11명을 검거하고 이 중 업체 사무실 관리실장과 직원 등 4명을 범죄집단조직·활동, 성폭력처벌법 위반, 대부업법 위반, 채권추심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들이 30일 동대문경찰서에서 열린 '나체추심' 불법대부업체 조직 11명 검거 브리핑에서 증거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한 대출 홍보 사이트를 통해 소액대출을 홍보했다. 제도권 내 대출이 어려워 찾아온 이들에게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식이었다. 이들은 대출 시 주민등록등본, 지인 연락처, 나체사진 등을 요구해 제때 변제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데 썼다. 이렇게 8개월여간 약 2억3000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대부업법 위반·채권추심법 위반 등)를 받는다.
이들 불법추심 일당은 소득 수준이 낮거나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출해주며 과도한 이자를 요구했다. 법정 최고금리인 20%를 훌쩍 넘는 이자를 내라고 한 뒤 제때 갚지 못하면 시간당 5만원을 요구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이자를 불려가며 연평균 이자율이 3000, 최대는 1만3000까지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도균 서울 동대문경찰서 수사2과장이 30일 동대문경찰서에서 '나체추심' 불법대부업체 조직 11명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총 83명이며 90% 이상이 20∼30대 청년이었다. 나체사진까지 요구받은 피해자는 남성 9명, 여성 12명 등 21명이다. 처음부터 대출 조건으로 나체사진을 요구받거나 이자·원금 상환일을 늦추기 위해 사진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추심 일당은 피해자 가족이나 지인에게 나체사진을 보내며 “대신 변제하라”고 협박하고, 피해자 어머니·여동생 등의 얼굴을 합성한 성매매 광고지를 보내거나 지인들에게 유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상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고금리 소액대출은 대포폰·대포계좌를 이용해 악질적인 채권추심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공인된 제도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