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영끌 할까 말까”… ‘큰 손’된 30대,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적극적

오은선 기자 2023. 10.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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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서울 아파트 등 주택 매수세와 매도세 모두 30대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상황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30대들이 올해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영끌한 주택을 내놓는 경우도 늘어났지만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막차'를 타기 위해 매수에 동참한 경우도 많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최근 30대의 높은 매수세는 올해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 효과와 저점매수 등으로 인한 마지막 '영끌'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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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3분기, 아파트 사고 판 30대 가장 많이 늘어
차익실현·이자부담·특례보금자리론 등 영향
“30대가 거래의 주축… 아파트는 ‘금융상품’”

#결혼 5년차인 직장인 최모씨(33)는 올해 서울 관악구에 8억원대 아파트를 장만했다. 최씨 부부는 올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한다는 기사를 보고 지난해부터 내집마련을 준비했다. 9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5억원을 ‘풀’로 대출받았다. 최씨는 “올해 초 한창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고, 정부가 동시에 대출 규제를 완화해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년 전인 2021년 서울 노원구에 아파트를 샀던 30대 김모씨는 최근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다.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8억원대 중반에 최대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듯 돈을 빌린다는 뜻)’해 샀는데, 올해 초엔 7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두려움보다 매번 오르는 금리를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 팔기로 결정한 것이다. 최근 실거래가는 8억원대 초반까지 올랐지만 김씨는 “산 가격에만 팔아도 좋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올해 3분기 서울 아파트 등 주택 매수세와 매도세 모두 30대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상황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30대들이 올해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영끌한 주택을 내놓는 경우도 늘어났지만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막차’를 타기 위해 매수에 동참한 경우도 많다는 분석이다.

3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합건물 매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도인 연령별 수치에 따르면 지난 3개월(7~9월)간 서울에서 아파트 등 집합건물을 매도한 연령대 중 30대가 4595명으로 1분기 1757명에 비해 2.6배 이상 늘었다. 3개월간 7649명을 매도해 가장 많이 매도했던 50대는 같은 기간 2.0배 늘었고, 다음으로 많은 40대는 2.3배 늘어났다. 부동산 거래량이 활발한 30~50대를 비교했을 때 30대 매도인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수세는 확연히 30대가 높게 나타났다. 3분기 30대는 9125명 매수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많았고 40대는 8931명, 50대는 6661명 순으로 나타났다. 각각 연령대는 1분기 대비 2.6배, 2.1배, 1.5배 늘어 매수인 역시 30대에서 가장 많이 늘어났다.

젊은 층에서 서울 집을 파는 경우가 늘어난 이유는 먼저 2~3년 전 ‘영끌’했던 아파트의 금융비용을 부담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카드를 사용할 조짐이 보이면서 영끌족들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9일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 비용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경고를 드리겠다”며 영끌족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에서 2021년 30대의 주택 구매가 집중적으로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빠르게 손절하기 보다는 더 이전에 구매한 아파트들 중 어느정도 차익실현 후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자부담 때문에 토해낸다는 개념으로 보면 올해 초에 더 팔았어야 했을 것”이라며 “최근 오른 아파트값에 차익실현이 됐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판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최근 30대의 높은 매수세는 올해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 효과와 저점매수 등으로 인한 마지막 ‘영끌’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이 들썩이는 매매 심리를 부추겼다는 풀이다.

박 전문위원은 “최근 부동산 거래의 주축은 아파트를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취급하는 30대”라며 “과거에는 기성세대가 던지고 30대가 받는 느낌이었다면 최근에는 30대들끼리 주고받는 ‘수평교체’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어 매수세가 붙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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