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칼럼]‘2025 APEC 정상회의’와 경제 모멘텀
내달 美서 열리는 정상회의도 파행 불가피
바이든, 대중국 정책 공고화 계기로 삼아
2년후 주최국 한국, 국제정세 급변 예상하고
국가적 활용·주제 외교적 고민 있어야
다음 달 11~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과 2021년 정상회의는 비대면으로 개최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3년 만에 대면 회의가 개최됐으나 다수 국가의 정상들이 참가하지 않아 여전히 불완전한 행사에 그쳤다.
올해 정상회의도 역시 파행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1개 회원국 중 러시아와 멕시코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주최국인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및 인권유린, 국제 전쟁범죄를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참석하기에 자신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내년 정상회의는 페루가 주최한다. 멕시코와 페루 외교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년 회의도 모든 정상이 참여하기 어려울 듯하다. 2025년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주최한다. 현재 경주·인천·부산·제주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정상회의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1993년 시애틀과 2011년 하와이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들 정상회의 당시 미 대통령은 각각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였고 올해 정상회의를 포함해 모두 민주당 정권이 집권하던 시기에 개최됐다. 신자유주의 정책 차원에서 아태 지역 무역자유화를 추진했던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은 이듬해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개최된 정상회의에서 APEC 무역자유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고르 선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권에서는 APEC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글로벌 이슈가 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을 대외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APEC 정상회의를 다자간 포럼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이 정상회의를 전후해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이 착착 진행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번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를 자국의 대중국 정책을 국제적으로 공고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현재 협상 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협상 타결 시한을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로 잡았다. 미국은 APEC 정상회의에서 IPEF 관련 행사를 대대적으로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
APEC은 1989년 호주의 제안으로 시작됐지만 그 기원은 1968년 일본이 제안했던 태평양무역개발회의(PAFTAD)다. 당시 중국은 대약진운동 후유증으로 경제가 파탄 지경에 놓여 있었고 일본은 아시아 지역 유일의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또한 유럽에서는 1958년 발효된 로마조약으로 설립된 유럽경제공동체(EEC)가 PAFTAD 출범 1년 전인 1967년 유럽공동체(EC)로 전환되고 전역에서 경제통합 시동이 걸리던 시점이었다.
당시 일본 정재계와 학계는 자국의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다가 유럽 경제통합에 자극받아 PAFTAD를 제안한 것이다. PAFTAD에 가장 관심을 가진 국가는 유럽의 경제통합으로 경제난을 겪던 호주였다. 호주가 APEC을 제안한 것도 PAFTAD 활동과 연관이 있다. 올 9월 중순 서울에서 제41차 PAFTAD가 열려 지역적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 PAFTAD 행사는 앞으로 우리나라 APEC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2년 후 우리나라가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2025년 정상회의 개최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PEC 행사를 국가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더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한다. 2년 후 국제 정세를 예상하고 그 주제와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내년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는가에 따라 미국의 대외 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외교 당국의 고민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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