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시선에 대한 두려움 있었다”…‘서른살 어른’된 유승호의 도전 ‘거래’[SS인터뷰]

정하은 2023. 10.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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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승호. 사진 | 웨이브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이 세상 모든 걱정은 저 혼자 다 하는 거 같아요.(웃음)”

데뷔 23년차 배우 유승호(30)가 인터뷰 동안 가장 자주 내뱉은 단어는 ‘긴장’이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 마지막회 공개를 앞두고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유승호는 “아직도 두렵고 겁이 많다. 뭐만 하면 긴장을 해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다”고 했다.

2000년 7살의 어린 나이에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해 영화 ‘집으로’로 얼굴을 알린 유승호는 10대, 20대를 지나 어느덧 30대 어엿한 베테랑 배우로 거듭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인터뷰 자리가 어색하다고 했다. 경직됐지만 신중하고 진중하게 답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배우 유승호. 사진 | 웨이브


“어렸을 때부터 ‘보여주는 삶’을 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심지어 카메라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봐줄까’, ‘나를 나쁘게 보면 어떡하지?’, ‘내가 실수한게 없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긴장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런 탓에 유승호는 빨리 30대 어른이 되고 싶어했다. 그는 “나도 어른이 되면 뭐든지 잘 해낼 것만 같았다”며 “그런데 정작 서른이 되어보니 아직 그 시절에 머무르는 사람인 거 같더라. 상상했던 서른 살의 어른이 되기 위해 아직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 노력은 바로 ‘도전’이다. 두려움과 긴장감은 더 큰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유승호 역시 “좀 더 나은 사람,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많이 해보는 거 같다. 뭐든 새롭게 도전해보며 계속 변화를 주고 있다”고 고백했다.

흡연에 삭발까지…‘국민 남동생’ 유승호, ‘거래’로 변화 택한 이유

배우 유승호. 사진 |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 배우 유수빈, 유승호, 김동휘. 사진 | 웨이브

‘거래’는 그런 점에서 유승호에겐 유의미한 도전이다. 거칠게 깎은 짧은 머리에 담배를 입에 물고 건조한 표정으로 거친 욕을 내뱉는 유승호라니. 여전히 영화 ‘집으로’ 속 유승호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꽤 충격적인 변화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의 변신이라 할만하다.

‘거래’는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한 두 청년의 100억 납치 스릴러물이. 유승호는 극중 납치극의 키를 쥔 핵심 이준성 역을 맡았다. 인터넷 도박에 빠져 사채를 안고 도피성 입대를 한 이준성은 전역 후 새 삶을 다짐하지만, 4억 원으로 불어난 빚과 그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들에게 장기를 떼인 아버지 앞에서 무너져내린다.

평소 범죄 스릴러 장르에 호기심이 많았던 유승호는 그간 보여줬던 앳되고 부드러운 모습과는 이질적인 이준성에게 끌렸다. ‘국민 남동생’ 이미지를 벗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준성을 통해서 ‘유승호란 배우가 이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구나’라는 반응이 나오길 기대했다. 제 새로운 얼굴을 보다 보니 재밌었다”는 유승호는 ‘거래’로 보여준 새로운 얼굴에 만족감을 표했다.

배우 유승호. 사진 | 웨이브


준성은 돈 때문에 곤경에 처한 친구 송재효(김동휘 분)의 작전에 휘말려 우발적으로 친구 박민우(유수빈 분)를 납치하지만, 악의 경계에서 최소한의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유승호는 “20대의 철없는 선택을 하게 된 인물들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영화 ‘트랜스포팅’(1996)의 이완 맥그리거를 참고했다”며 “재효의 납치를 말리면서도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고민하고 흔들리는 준성의 모습을 잘 그려서 이해시켜야 하는게 큰 과제였다. 잘못하면 준성이 고구마 캐릭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작품을 시작할 때 ‘세상에 있는 모든 걱정은 다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신중했다는 유승호는 혼돈의 청춘을 내공있는 연기로 소화해냈다.

긴박한 상황 속 범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준성의 이마 주름과 서늘한 표정, 흔들리는 눈빛은 유승호의 섬세함으로 완성됐다. 도박을 저질렀지만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양면적인 감정이 잘 드러났다.

‘집으로’ 소년이 30대 준성이 되기까지…“더 단단한 어른이 되고파”

배우 유승호. 사진 | 웨이브

유승호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는 최근 SBS ‘런닝맨’을 통해 데뷔 23년만에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유승호는 “예능을 안 한 이유는 겁이 많아서다. 그래서 못 나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예능에서도 재밌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구나 깨달았다”면서도 “너무 긴장해서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부단히 인간 유승호로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그는 “아직도 한없이 약하고 말랑말랑하다.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어떤 두려움이 와도 잘 이겨내고 싶다”고 우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30대 어른, 유승호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준성이보다 더 거친 캐릭터 변신도 가능하냐는 물음엔 고민 없이 “당연하다”고 답한 그는 “요즘엔 이전에 없던 독특하거나 재밌는 캐릭터들이 정말 많아진 거 같다. 흥미로운 캐릭터라면 어떤 거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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