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추워" 그 말에 나쁜 손→돌아눕자 멈췄다…준강간미수 1심 무죄

서로 호감이 있던 여성과 취침하며 신체 접촉을 해 준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20대 남성이 고소당한 지 약 4년만에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지난 16일 무죄를 선고했다. 7명의 배심원단은 남성 4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됐고 이 중 5명이 무죄를 평결했다. 이날 재판 시작부터 선고까지는 약 15시간이 걸렸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7월30일 새벽 4시쯤 알고 지내던 20대 여성 B씨의 서울 소재 자택에서 최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 대한 고소는 사건 발생 약 1년 뒤 이뤄졌다.

두 사람은 사건 전날 지인 일행과 술을 마시다 따로 B씨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다 잠을 잤다. B씨의 집은 복층 구조로 취침 당시 A씨가 2층, B씨가 1층을 사용했다. B씨는 2층에 있던 A씨가 내려와 자신의 몸을 만지며 성관계를 시도하다가 강하게 거부하자 A씨가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고 연인 못지않은 관계였던 B씨와 키스 등 스킨십을 했지만 성관계를 하진 않았다"며 "B씨가 돌아눕자 멈추고 같은 자리에서 잠을 잤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관련 법리를 종합해 살펴보면 박씨가 최씨를 간음하려다가 B씨가 밀쳐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 조사 내용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사건 전부터 친분과 호감을 쌓아왔다. B씨는 특히 사건 당일 지인 모임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다가 A씨가 있다는 이유로 늦은 시간에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또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몸을 만지고 범행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반복 진술할 뿐 두 사람이 함께 있던 4시간 동안의 일을 상세히 진술하지 못했다. 반면 A씨는 집에 들어간 뒤 TV를 보다가 양치를 했고 잠을 자다가 "오빠 추워"라는 말을 듣고 B씨를 찾아 1층으로 내려갔다가 이 사건이 발생한 점 등 당시 정황을 상세히 진술했다.

A씨는 사건 직후 B씨에게 "떳떳한 오빠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사실 등 재판 과정에서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 말도 먼저 꺼냈다. 재판부는 "범행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이 아니라 B씨와 전 연인의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킨십을 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표현한 말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사건이 일어난 날 저녁 지인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사정을 알지 못했던 B씨의 전 연인에게 "어제 B씨의 집에서 잤다"고 먼저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B씨는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나 고소했다"며 "전 연인과의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술김에 A씨와 있었던 일에 관한 죄책감 등으로 '성범죄를 당했다'고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고소당했을 당시 해외 유학 중이었는데 피소 사실이 대학에 알려지면서 유학 생활도 중단됐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갔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