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日 바둑요정’ 스미레 “강해지고 싶어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 이적은 6월경부터 생각했다. 한국은 국제전을 중시하고 신예 기전이 많이 열린다. 높은 수준의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지금의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결단했다. 강해져 존경받는 기사가 되고 싶다.”
14세 일본 소녀 기사 나카무라 스미레(仲邑菫) 3단의 한국 이적이 공식화됐다. 스미레는 30일 도쿄 일본기원 회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강해지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언젠가 돌아와 일본 정상권 강자들과 겨룰 수 있도록 실력을 쌓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복귀 시한은 특정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한국기원은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스미레 3단의 객원기사 활동을 허가했다. 객원기사는 ‘입단대회 등 기존 규정 외에 한국기원이 인정해 기사로 활동하는 자’로 규정돼 있지만 일반 기사와 차별은 거의 없다. 스미레 3단의 한국 무대 공식 활동은 2024년 3월 2일 이후 시작된다.
일본 프로로 출발해 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기사는 스미레 3단이 처음이다. 일본 바둑계는 스미레 이적으로 영재 유출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측과, 스포츠처럼 선진국 진출로 도약을 꾀하는 게 옳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스미레는 일본기원이 도입한 영재특별채용 추천기사 1호다. 이 특례에 힘입어 2019년 당시 역대 최연소(10세)로 프로가 됐다. 13세 11개월이던 지난 2월엔 여류기성전 제패로 일본 최연소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후부터 그는 한국서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주위에 밝히기 시작했다. 이적 추진 과정에 대해 스미레는 “부모님과 상의는 했지만 스스로 결정했다”며 “신세를 진 기사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한다. 4년 반은 내 인생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스미레는 6살이던 2015년 한국 한종진 도장에 유학, 2년여 동안 공부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엔 라이벌 겸 친구들이 많다. 한국 음식에도 흠뻑 빠졌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매일 바둑 친구들과 어울리고 김치찌개를 먹게 돼 너무 좋다”고 했다.
내년 초 여류기성을 방어할 경우 타이틀을 반환할 계획이다. 한국에 오면 한종진 도장을 거점으로 공부하고, 어머니는 양국을 왕래하며 딸을 보살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레는 가장 존경하는 한국 기사로 박정환 9단을 꼽았다.
이제 한일 두 나라의 시선은 스미레가 한국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느냐 하는 쪽으로 쏠린다. 스미레는 일본 여류 메이저 기전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기록했고 현재 여류기성을 보유 중이다.
스미레는 올해 한국여자리그에 용병으로 참가, 7승 2패(다승 9위)의 수준급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중국 여자갑조(1승 5패)와 국제대회(1승 3패)서 거둔 성적보다 월등하다. 올해 일본 내 전적은 18승 18패로 지난해(48승 22패)보다 내려갔다.
한국기원 랭킹 방식으로 계산한 스미레의 현재 한국 내 순위는 여자 기사 81명 중 26위. 정수현 9단은 “적응기를 거치면 10위권은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욱 9단도 “일본 내에선 3위, 한국에 오면 10위 정도”로 진단한다. 스승인 한종진 9단은 “10위권에서 출발해 3년 안에 타이틀을 딸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지(16) 등 ‘영재 라이벌’들과의 경쟁을 통한 상승 효과도 기대된다. 김7단과는 공식전 2판을 두어 승리가 없었다. 한국여자리그서 함께 용병으로 뛴 중국 우이밍(17)에겐 3패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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