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혼 부부들, 아이 만나러 법원 갑니다
서울가정법원 1층에는 놀이방 두 곳이 있다. 이혼한 부부 중 한쪽이 자신이 양육하지 않고 있는 자녀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지난 2014년 설치됐다. 공식 명칭은 ‘면접교섭(面接交涉)센터’이다.
이 센터는 키즈 카페처럼 꾸며져 있다. 테이블에는 스케치북과 색연필이, 책장에는 인형과 블록, 보드게임과 미니어처가 놓여 있다. 볼 풀(ball pool)과 미끄럼틀도 있다. 이혼 가정의 자녀가 떨어져 살고 있는 아빠나 엄마와 격주로 1시간씩 만나 함께 놀면서 정서적 유대를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이혼 사건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이곳은 ‘슬픈 놀이방’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이혼 과정에서 큰 갈등을 겪었거나 이혼한 뒤에 자녀와 만남을 놓고 심각한 충돌을 빚은 가정이 면접교섭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부부 중 한쪽이 가정 폭력이나 불륜을 저질러 이혼한 경우에는 현재 자녀 양육을 맡고 있는 전(前) 배우자가 아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혼한 부부 중 한쪽이 “헤어져 살고 있는 아빠나 엄마를 만나고 오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진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또 면접교섭 사건을 맡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이혼한 부부가 민간 키즈 카페에서 자녀와 만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거나 자녀를 서로 데려가려고 하다가 아이를 다치게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혼 후 재혼을 한 경우에는 새 배우자가 전(前) 배우자들이 자녀 면접교섭을 위해 만나는 것을 반대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경우 법원의 명령이나 판결로 면접교섭센터에서 자녀와 만난다. 면접교섭센터는 자녀 만남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막는 ‘중립 지대’ 역할을 한다. 서울가정법원은 구조 자체가 이혼한 부부가 서로 만나지 않도록 돼 있다.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엄마나 아빠는 법원 밖에서 면접교섭센터로 바로 연결되는 문으로 들어온다. 아이를 만나러 온 아빠나 엄마는 다른 통로를 이용한다. 놀이방 천장에는 감시 카메라와 마이크가 있다. 놀이방 벽면에는 ‘매직 미러(한쪽에서만 반대쪽이 보이는 거울)’가 설치돼 있다. 이 거울 뒤에 있는 관찰실에서 아이를 데려온 엄마나 아빠가 놀이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볼 수 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가사 조사관과 보안 요원이 배치돼 있어 면접교섭 과정에서 전(前) 배우자를 헐뜯거나 아이를 몰래 데려가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법원 13곳에 면접교섭센터가 설치돼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면접교섭센터에서 이뤄진 이혼 부부의 자녀 만남은 지난 2020년 1030건, 2021년 1800건, 2022년 3124건 등으로 크게 늘고 있다. 올해도 6월까지 1835건으로 이런 추세로 가면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오는 2025년까지 면접교섭센터를 18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법원이 면접교섭센터에서 자녀 만남을 하라는 명령이나 판결을 내려도 양육자가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가사소송법은 면접교섭을 거부하는 경우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강제 수단은 없다.
장동혁 의원은 “이혼한 부부 중 한쪽이 전(前) 배우자가 자녀와 만나는 것을 일방적으로 막으면 친권이 부당하게 제한당하고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복리도 해친다”면서 “이혼한 부부의 자녀 만남을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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