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 맡겨놨더니… 지방 하천 60년 방치
30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을 흐르는 부평천(川). 강폭이 150m 내외로 좁고 준설을 한 번도 하지 않아 강바닥이 높았다. 비만 오면 물이 넘치는 상습 침수 구역이다. 2008년 이후 큰 홍수가 4차례 발생했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는 아무런 손을 쓰지 않았다. 부평천 같은 지방 하천(지천)은 지자체가 관리하는데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1961년 하천법 제정 이후 한강·낙동강 등 국가 하천은 중앙정부가 관리 책임을 지지만, 지방 하천은 60년 넘게 지자체 손에 맡겨졌다. 올해 하천법이 개정돼 중앙정부가 조만간 부평천에 이르는 1.3㎞ 구간에 6m 높이의 제방을 쌓을 예정이다.
정부가 2014년 ‘4대강 본류 사업’ 이후 사실상 중단한 국가 주도의 치수(治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4대강 지류와 지천을 방치해 2020년과 올해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자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천의 경우 정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는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지천에서 홍수와 가뭄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도 국가 하천 정비 예산은 6672억원으로 올해보다 47% 증가했다. 강바닥 퇴적토를 긁어내 물그릇을 키우는 준설 작업도 올해 3건에서 내년에 19건으로 늘린다. 지난 8월 하천법 개정으로 국가 하천 수위에 영향을 주는 지천 정비를 환경부가 직접 할 수 있게 돼 예산과 제방 구축, 준설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손댈 수 있는 국가 하천 비율이 전체 하천의 12%(길이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내 하천 10곳 중 9곳이 여전히 지자체 손에 맡겨져 있다. 내년에 지천 10곳을 국가 하천으로 승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래도 2027년 기준 하천의 15%만 환경부가 직접 이·치수 관리를 할 수 있다. 현재 국가 하천은 73곳, 지천은 3768곳이다. 반면 일본은 국가 하천 비율이 71%(길이 기준)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중앙정부가 하천 대부분을 관리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지자체에 던져 놓은 꼴”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지방 하천 중 국가 하천의 수위에 영향을 받아 홍수 피해가 우려되는 구간인 ‘배수 영향 구간’을 직접 정비할 계획이다. 올해 시범 사업을 거쳐 내년 신규로 20곳에 대한 정비에 착수한다.
정부는 전국에서 총 10곳의 신규 댐 건설 및 댐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 때 냉천 범람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후 포항엔 항사댐 건설을 재추진한다. 홍수 방어 목적의 소규모 댐 건설 예산도 올해 114억원에서 내년 155억원으로 36% 늘리기로 했다. 댐은 완공까지 15~2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 치수 공백을 메울 대책도 필요하다. 특히 호남권 섬진강·영산강 수계는 2020년 여름 3300억원 규모의 홍수 피해와 올봄 극심한 가뭄 피해가 발생한 만큼 치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곡창 지대인 영산강 유역의 경우 대부분이 평지라 4대강 수계 중 유일하게 대규모 댐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영산강 유역 치수 대안으로는 ‘4대강 사업’ 때 정비한 농업용 저수지가 꼽힌다. 당시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섬진강 수계 저수지 92곳의 물그릇을 넓히면서 물 2억1000만t을 추가로 확보하는 ‘둑 높이기 사업’을 진행했다.
이 중 영산강은 저수지 14곳의 둑을 높여 4대강 수계 중 가장 많은 저수 용량 6800만t을 확보했다. 그런데 2020년 섬진강·영산강 일대에 물 폭탄이 떨어졌을 때 전임 정부는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 예산을 들여 만든 물그릇을 정치적 이유로 배제하면서 홍수 피해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을 활용하고 댐 건설, 하수도 정비, 하천 준설 등 미래를 내다본 종합 치수 대책을 오는 11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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