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테일러 스위프트 팬, ‘아르헨의 트럼프’ 집중 포화
다음 달 19일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투표에서 집권 좌파 후보와 맞붙을 극우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53) 자유의 전진당 후보가 방탄소년단(BTS)과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 팝스타들의 팬덤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고 영국 가디언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경제학자 출신 초선 하원의원 밀레이는 국가 보조금 대폭 축소, 공식 화폐 달러 변경, 총기 소지 규제 완화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워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고, 지난 8월 예비 선거에서 1위를 차지,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괴짜 정치 신인의 대선 가도에 제동이 걸린 것은 밀레이와 측근들이 강력한 팬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먼저 밀레이 후보의 러닝 메이트인 빅토리아 비야루엘(48) 부통령 후보가 3년 전 트위터(현재의 X)에 올린 글이 뒤늦게 소환되면서 밀레이 측은 ‘BTS를 욕보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020년 비야루엘은 BTS를 언급한 한 이용자의 트윗에 답글 형식으로 “BTS는 성병 이름 같다”고 적었다. 뒤늦게 발견한 이 글에 격분한 BTS 팬들은 “나는 분홍색 머리를 한 한국인을 싫어한다”라는 비야루엘의 트위터 글도 찾아냈다. 아르헨티나의 BTS 팬클럽(BTS 엔 아르헨티나)은 “BTS가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자신과 다른 모든 이에 대한 존중이었다”며 “비야루엘 후보의 BTS를 향한 혐오적인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언급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비야루엘은 “1000년 전 트위터 농담에 채팅 알람이 쏟아지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결선 상대인 집권 여당 ‘조국을 위한 연합’도 공격에 가세했다. 여당 소속 정치인 후안 그라보이스는 “BTS를 건드리면 나를 건드리는 것이다. K팝을 엿먹이지 말라”고 X에 적었다. 아르헨티나-한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낸 한국계 변호사 알레한드로 김은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 무지를 200자 안에 담은 것을 축하한다”며 조롱했다.
세계 최고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34)의 팬클럽인 ‘스위프티’도 반(反)밀레이 캠페인에 가세하고 있다. BTS 사례와 달리 밀레이 진영이 스위프트를 공격했다는 구체적 ‘혐의’는 없다. 하지만 자유분방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의 스위프트를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추앙하는 ‘스위프티’는 밀레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다. “과거 군부 시절 벌어졌던 의문사·고문·실종 사건이 과장됐다” “성별 임금 격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 밀레이의 과거 발언을 저격하면서 “그의 정치 노선은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와 정반대”라고 했다. 가디언은 스위프티의 선거전 참전을 두고 “선거에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 결선 투표를 열흘 앞둔 다음 달 9일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스위프트의 아르헨티나 공연에 외신들은 주목했다. 사흘 치 티켓 24만장이 일찌감치 매진됐을 정도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공연에서 스위프트가 ‘밀레이 논란’을 둘러싼 입장을 밝힐 경우 상당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적 스타들의 팬덤이 온라인 공간의 확장성에 힘입어 기성 정치판을 뒤흔든 ‘원조’로 일부 외신들은 2020년 미 대선 당시 K팝 팬들의 집단 행동을 지목했다. 당시 재선에 도전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유세에 나섰지만 유세장은 3분의 1도 차지 않았다. 여성과 유색 인종이 주축인 K팝 팬들이 백인·남성 우월주의가 강한 트럼프 측에 망신을 주기 위해 일부러 집단 ‘노 쇼(No Show·예약해 놓고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를 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2021년 총선에서 하원 의원에 당선된 밀레이는 집권 세력의 페로니즘(대중영합주의) 노선을 신랄하게 비판해 돌풍을 일으켰고, 각 정당의 최종 후보를 정하는 지난 8월 예비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2일 대선 투표에서는 집권당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51) 경제장관에 이은 2위에 그쳤지만, 이후 3위를 기록한 온건 우파 성향 파트리시아 불리치(67) 전 치안장관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함영준의 마음PT] 당신의 우울을 활력으로 바꾸는 7가지 방법
- 욕실과 집안 때 힘 안들이고 초고속 회전 청소, 4만원대 특가
- 와인의 풍미를 1초 만에 확 올리고, 지키는 방법
- 구룡포 과메기 산지 직송, 쌈세트 포함 4마리 1만원대 공구
- US오픈 우승자도 부러워해… 78세 트럼프의 골프 실력은
-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스티븐 밀러 “대규모 불법이민 추방계획 설계”
- 우크라 매체 "러시아의 쿠르스크 탈환 공세 시작된 듯…10~15분 마다 공격"
- [기자수첩] ‘전공의 리더’ 박단, 이젠 전면에 나서라
- 부산·제주대 의대도 학생들 휴학계 승인
- “여·의·정 협의체 합의가 곧 정책… 성탄 선물 드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