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리모델링' 어린이집의 대변신…"외풍·누수 걱정 없어요"
서울시, 2024~2026년 331곳 에너지 성능 개선 추진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지난 27일 찾은 서울 중구 청구어린이집의 널찍한 보육실에서는 어린이들이 편히 주저앉아 기차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깨끗한 바닥에는 보온 등을 위해 흔히 쓰이는 매트가 깔려 있지 않았다. 서울시의 '그린리모델링' 사업 이후 어린이집에 찾아온 큰 변화 중 하나다.
김영란 청구어린이집 원장은 "그린리모델링 전에는 실내에 훈기가 없어 바닥에 두꺼운 매트를 깔아야만 했다"며 "선생님들도 덧신을 세 켤레씩 신거나 교실에서도 카디건, 외투 따위를 입고 근무해야만 했다"고 돌아봤다.
1987년 개원한 청구어린이집은 건물이 지어진 지 오래된 탓에 겨울철에는 현관과 실외의 온도 차를 느끼지 못할 만큼 추웠다. 보일러를 틀어도 공기는 쉬이 데워지지 않았다. 전력량이 충분치 않아 여름에는 교사들이 일일이 보육실의 에어컨을 번갈아 켜야만 했다. 누수와 정전도 잦았다.
'그린리모델링'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고 지난 2월 약 3개월간의 공사가 마무리된 뒤 청구어린이집의 보육 환경은 놀라우리만치 쾌적해졌다.
서울시는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10년 이상 경과된 국·공립 어린이집과 보건소, 의료시설 등을 대상으로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전개해 왔다. 고성능 단열·창호를 보강하고 고효율 냉난방시설과 친환경 환기시스템 등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청구어린이집의 경우 지난해 겨울 주말을 이용해 공사를 진행했다. 김 원장은 "기존에는 천장형이 아닌 스탠드형, 벽걸이형 냉온풍기를 사용하다 보니 빨리 더워지거나 시원해지지 않았는데 공사 후 무척 만족스럽다"며 "주말에도 계속 난방을 돌려야만 했던 문제도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무실에 컨트롤러를 설치해 각각의 보육실에서 시간별로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며 "전열 교환기가 설치돼 나쁜 공기를 배출하면서 공기와 온도를 맞춰 주기 때문에 실내 공기질도 쾌적해졌다"고 말했다.
창호 교체 덕분에 단열뿐만 아니라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됐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에 주변 공원에서 가지치기 같은 것을 하면 소음이 컸는데 환경이 많이 안락해졌다"고 말했다.
크고 거추장스러운 냉온풍기가 천장형으로 교체된 뒤 공간 활용이 용이해진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청구어린이집에서 11년째 근무 중인 교사 이연미씨는 "'이것만 없으면 공간이 더 예쁘고 아이들이 여기서도 놀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며 "이전에는 미관상으로도 그렇고 (공간) 활용도도 떨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간 에너지 요금이 무서울 정도로 올랐지만 난방비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린리모델링 이후 청구어린이집의 에너지성능은 53.6% 개선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64.5%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리모델링 이후 건물의 에너지 효율은 통상 30% 이상 높아진다.
김 원장은 "(사업) 참여 전 겨울에 난방비가 280만~300만원 정도 나왔다"며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해 너무 많이 올라서 다른 어린이집은 (난방비가) 배는 올랐다는데, 만약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다른 곳처럼 (요금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예산만으로 노후 시설을 부분적으로 보수하기는 어렵다"며 "서울시에서 환경과 쾌적함을 고려해서 사업 대상을 선정하니 단기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학부모 협조를 얻을 수 있다면 적극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사업 신청을 적극 추천했다.
그린리모델링을 한 서울 광진구 효지어린이집의 경우 냉·난방비용이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에너지성능은 29.7% 개선됐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20.4% 감축됐다.
신명숙 효지어린이집 원장은 "겨울에는 난방비가 80만~90만원, 여름에 전기요금이 60만원 정도 나왔다"며 "여름에 하루 온종일 에어컨을 틀어도 10만~15만원 정도 요금이 덜 나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신 원장은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가장 좋아한다"며 "예전에는 냄새도 많이 났는데 벽에 정화기를 설치한 뒤로는 냄새가 그쪽으로 빠져나가서 창문을 열어 놓는 것보다 공기가 더 깨끗하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내년부터 '그린리모델링' 사업 대상을 경로당과 도서관까지 확대하고, 2026년까지 618억원을 들여 총 331곳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최근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기후위기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의 냉난방비 부담도 상당하다"며 "에너지 성능 개선 효과가 큰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확대 추진하는 만큼 어린이집, 경로당 등 노후 공공시설 이용자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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