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술핵 100기 현대화해 한국 지원용으로 지정해야”

김은중 기자 2023. 10. 31.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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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아산정책연·美 랜드연구소
‘한국 핵 보장 강화 방안’ 보고서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발표회에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오른쪽)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RAND)연구소는 30일 “미국의 전술핵(B61) 100개를 현대화해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 언제든 신속히 한반도에 배치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4월 한미가 확장 억제(핵우산) 강화를 공언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구체적 이행 조치가 부족하다”며 이같이 건의한 것이다.

두 연구소는 이날 발표한 ‘한국에 대한 핵 보장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 당시의 위력(230kt)을 가진 핵폭탄을 서울 상공에 투하하면 2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김정은이 2030년까지 최소 300개에서 최대 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려는 점에 주목한다”며 “북·러 군사협력으로 ‘김정은 비전’이 힘을 받고 있는 지금 시간은 더 이상 한미의 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의 핵우산에 대해 “미국은 핵우산을 믿으라 하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정의하지 않았고 구체적 조치를 제시·논의하는 것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며 “1960년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했던 것처럼 모호성에서 벗어나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연구진은 “향후 북한은 대미(對美) 핵위협을 이용해 한미동맹을 와해하고 한국을 직접 침략하지 않고도 지배하려 할 것”이라며 “미국 핵 전력 사용에 대한 추가 공약이 나와야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일부 핵무기가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사용될 것이란 점을 공언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단계적 접근 방법을 제시했는데 “해체 예정인 미국 전술핵을 현대화해 미국에 저장하되 언제든 신속히 한반도에 배치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당장 100개를 배치하자는 것이 아니고 한반도 상황에 따라 하나하나 레버리지로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북한이 끝까지 핵 동결을 거부하면 제한된 숫자(약 8~12개)의 핵폭탄과 핵 투발 항공기를 한국에 배치할 수 있다”고 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3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를 위해 군산과 오산 공군 기지의 전술핵 저장 시설을 미리 현대화 또는 신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은 노후화한 기존 B61을 정밀 폭격이 가능한 개량형(B61-12)으로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현재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한국이 현대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독자적으로 핵무기 100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잠재 비용보다 훨씬 적다”고 했다. 베넷 연구원은 워싱턴 선언에 따라 7월 출범한 핵협의그룹(NCG)과 관련, “협력의 기본선은 제시됐지만 아직 상당히 애매모호하다”며 “고위급보다 허리 역할을 하는 실무자들이 많이 필요하고 나토처럼 핵 사용을 전제로 한 작전 개념을 설정해야 한다.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 연구진은 “중국이 핵무기 능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는데 이를 한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뿐 아니라 중국 변수에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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