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는 달라도 잘 살자는 마음은 하나"…한·중·일 가면 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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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사자는 중국 서역을 통해 전래된 외래 동물로 민간에서는 액(厄, 모질고 사나운 운수)을 쫓는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오아란 학예연구사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가면극은 형태는 달라도 잘 먹고 잘 살길 원했던 마음은 같았다"며 "지금까지는 세 나라의 다른점을 많이 언급해왔는데 공통 마음을 담은 가면을 통해 '아시아문화'를 살펴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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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가면 유물 200여 점 전시
고성오광대·삼국지 가면 등 소개
2024년 3월 3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예로부터 사자는 중국 서역을 통해 전래된 외래 동물로 민간에서는 액(厄, 모질고 사나운 운수)을 쫓는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붉은 얼굴, 뾰족한 뿔, 들쑥날쑥한 이빨이 도드라져 보이는 무서운 벽사 가면은 한·중·일에 공통으로 등장한다. 중국의 사자탈은 화려하며 눈에 스프링이 달려있고, 일본은 개를 닮은 순한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의 사자탈은 털이 오방색이란 특징이 있다. 이 가면들은 생긴 것과는 달리 액과 질병을 없애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캐릭터였다.
다른 듯 닮은 한·중·일 세 나라의 가면과 그 안에 담긴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내년 3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선보이는 특별전 ‘마스크(MASK)-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이다. 지난 2년간 세 나라의 가면과 가면극을 조사·연구한 내용을 소개하는 전시다. 한국의 탈놀이를 비롯해 중국의 나희, 일본 가구라와 관련한 유물 20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오아란 학예연구사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가면극은 형태는 달라도 잘 먹고 잘 살길 원했던 마음은 같았다”며 “지금까지는 세 나라의 다른점을 많이 언급해왔는데 공통 마음을 담은 가면을 통해 ‘아시아문화’를 살펴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가면극에는 집단의 의식과 정체성이 반영돼 있다. 가면극이 이뤄지는 놀이판에서는 문화에 따라 각자 독특한 세계관이 펼쳐진다. 한국 가면극 놀이판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열린 세계이고, 중국의 놀이판은 영웅의 레드카펫이다. 일본 가면극의 놀이판은 신을 위한 신전이다. 사람들은 가면극을 통해 잘 사는 세상을 꿈꿨다. 농사가 잘되고, 동물과 물고기가 많이 잡히며 질병을 일으키는 액을 없애 아프지 않길 바랐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 남아있는 탈놀이 가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국보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 11점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경기 지역의 산대놀이, 고성오광대 등에서 쓴 가면도 선보인다. 말뚝이 대 양반, 할미 대 영감, 취발이 대 노장 등 주제를 나눠 전시해 놓은 점이 눈에 띈다. 1980년대에 제작된 노장과 취발이에 등장하는 눈꿉쩍이 가면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가면이다. 오 학예연구사는 “한국 가면은 끝나고 태워 버렸기 때문에 원형을 찾기 여렵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원형 가면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운 겨울날 밤새도록 열리는 일본의 가구라 속 가면은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일본의 신 가운데 가장 높은 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바다의 신이자 폭풍의 신인 스사노오 등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이 소장한 가구라 가면 복제품도 소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22년부터 한국과 아시아 등 여러 나라의 가면과 가면극 연구 조사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번 전시와 함께 학술총서 ‘한국·일본·중국의 가면과 가면극’ 3권도 발간했다. 책에는 ‘북청사자놀음’ 등 한국 가면극 20종, ‘고토 가구라’ 등 일본 가면극 23종, ‘무안나희’ 등 중국 가면극 24종이 망라돼 있다. 정연학 학예연구관은 “가면은 당시 삶을 영위한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라며 “놀이, 신앙, 장례 풍습 등을 비롯해 공동체 문화까지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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