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라 왜곡하고 모든 탓을 희생자 잘못이라 왜곡한다"

2023. 10. 31.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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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이태원 1주기 추모미사 개최 "尹 퇴진"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비판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당일 윤 대통령의 추도사를 두고 "(사회적 참사를) 불의의 사고라고 왜곡한다"며 비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0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에 참석해 "정부의 대처가 제대로만 됐어도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당일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주최한 1주기 추모대회에 '정치집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대신 자신이 유년 시절 다니던 교회를 찾아 추도 예배를 드리고 희생자들을 향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추도사를 올렸다.

당일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강조하며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참사 책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거나 직접적인 사과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유족들이 청원하고 있는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윤대통령의 추도사를 두고 "정부에 진상규명을 외치는 이유는 정부의 대처만 제대로 되었어도 단 한 명의 희생자도 그 죽음의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됐었기 때문"이라며 "헌데 대통령은 (사회적 참사를) 불의의 사고라고 왜곡하고 모든 탓을 희생자들 본인의 잘못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정부 책임을 회피하고, 그럼으로써 희생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그런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3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연대발언을 진행 중이다. ⓒ프레시안(한예섭)

유가족들은 앞서 지난 18일 대통령실에 추모제 초청장을 전달했고, 이후 26일 대통령실이 정치집회라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히자 해명과 함께 다시 한번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尹, 이태원 1주기 추모제에 "정치집회"라며 불참 입장) 이 위원장은 이날 이 같은 사실을 들어 끝내 추모대회에 불참한 윤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로 인해 159명의 청년이 희생된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야속하게도 대통령은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라며 "어제 (추도사 관련) 뉴스를 보면서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확실하고 분명하게 알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추모예배를 개최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측에는 감사 인사와 함께 "우린 끝까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찾을 것"이라며 "여러분들과 여러분들 가족, 여러분들 이웃이 두 번 다시 유족이란 이름을 달지 않고 두 번 다시 우리 같이 길거리서 피눈물 흘리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사제단의 추모예배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열린 동시에, 사제단이 지난 9일부터 진행 중인 월요미사의 연장선으로 개최됐다. 해당 행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등 정치 현안을 주제로 시국기도회로, 사제단은 해당 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등을 촉구하고 있다.

▲3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 ⓒ프레시안(한예섭)

사제들은 이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사회적 참사 및 중대재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해당 참사들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人災), 구체적으로는 관재(官災)"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설정했으면서도 희생자들의 이름은 비공개로 처리, 영정과 위패가 없는 분향소를 차린 일에 대해서도 "당시 대통령의 조문은 가짜였다.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은 그의 파렴치야말로 끔찍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날인 29일 윤 대통령의 추모대회 불참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은 이태원 사고 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성북구 교회든 희생자를 추도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반면 당일 야권 등 정계에선 윤 대통령의이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점이 지적되며 "극우 보수단체가 주최하는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버선발로 달려가더니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행사에는 왜 가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3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 ⓒ프레시안(한예섭)
▲3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 서울광장에 설치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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