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GD 마약 의혹이 '가십거리'일까…중독자 아들 둔 아빠의 한숨
보호자 심리·정서 등 대응 매뉴얼 필요…혼자 고민 말아야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아들이 중독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하는 데 10개월가량 걸렸어요."
황모씨(남·59)의 아들 A씨(24)는 2년 전 마약재활센터에 입소했다. 황씨는 그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아들의 단약 유지를 도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끊으려 발버둥 치면서도 어느새 마약을 손대는 아들을 지켜보는 모든 시간이 '중독'이라는 실체를 이해하고 직시하는 과정이었다.
황씨는 30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들이 '중독'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보호자들은 흔히 '중독자 곁에서 회복을 도와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중독'임을 인정하지 않아 자활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인 이선균(48)과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의 마약 의혹이 '가십'으로 소비되는 양상까지 보이지만 중독자들과 보호자들은 "금단은 평생의 숙제"라고 호소한다.
금단 증상뿐 아니라 재활과 치료 모두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마약에 빠져 끝내 중독의 늪에서 허덕이는 걸까.
◇ "왜 마약을 시작했는지, 배경은 왜 궁금해하지 않는가"
황씨는 인간관계의 불안감이나 사회 고립의 경험 때문에 마약을 투약하다가 중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마약 중독 문제를 개인의 일탈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중독자가 왜 마약을 투약하게 됐는지 사회적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황씨는 "물리적 격리를 하면 약 기운이 사라지고 독소가 빠질 수는 있지만 그것을 치료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며 "결국은 이 친구가 왜 마약을 하게 됐는지 알아야 하고, 스스로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중독치료시설의 상담자 중 상당수가 마약 회복자들이다. 일본은 회복자들이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인 다르크(DARC)를 만들어 중독자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재활을 돕고 있다.
한국의 다르크 재활시설에서는 중독자들이 모여 금단의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의 도움으로 무너진 자아를 회복하는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다만 황씨는 재활시설 입소만으로 중독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생 안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독된 사람이 미성년자든, 성인이든 그들의 보호자 혹은 주변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중요한 이유다. 한 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씨는 마약 범죄의 경각심을 심으려면 한 번의 실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큼 망가뜨릴 수 있는지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곁에서 아들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 지켜본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연예인 마약 의혹 기사는 왜 희화화될까
이처럼 새로운 삶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연일 들리는 연예인의 마약 소식은 탐탁지 않았다. 최근 배우 이선균과 아이돌 그룹 '빅뱅' 출신의 연예인 지드래곤이 마약 투약 의혹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마약 범죄의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은 채 한낱 '가십거리'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반면 금단 증상으로 전쟁 같은 시간을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마약은 잠깐 주목받다 사그라지는 이슈가 아니라 평생의 숙제다. 마약을 끊지 못하면 결국 범죄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기에 이제는 사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유명인들의 마약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투여 횟수, 장소 등 선정적인 이슈만 부각되고 그것이 하나의 심각한 범죄로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과 이사장은 "마약 투약이 엄격히 처벌받을 수 있는 큰 범죄라는 점, 마약이 사람의 정신과 신체 건강에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점, 이 두 가지가 사람들에게 어필이 안되고 있다"며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마약 기사가 희화화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범죄의 원인이 되는 '중독'은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마약)전과가 많으면서도 사회에 나와서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모르거나, 불규칙한 치료로 재발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불법인데 왜 못 끊지 못하냐'는 비난이 아니라 중독이라는 병 자체가 어떤 것인지 알려져야 인식이나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긴 여정을 이어갈 실행력"
황씨는 중독자의 가족들이나 주변인들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상이 미성년자든 성인이든 그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실천할 수 있도록 같이 각성하고 '뛰어야' 하는데 많은 (회복) 프로그램이 그 단계까지 준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마약 회복자들 모임에서는 실제 가정에서 마약 투약 정황을 알게 됐을 때 구성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보호자의 심리와 정서 등에 관한 안내가 '재난 대응 매뉴얼' 수준으로 정립돼 있는 것에 반해 한국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황씨는 마약 중독 사실을 알리지 못하거나 혼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대화'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마약 중독 사실을 만천하에 알릴 필요는 없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분들과 열어놓고 대화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1차적으로는 일단 마음의 위로를 받고 2차적으로는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받고, 마지막으로는 그런 과정으로 긴 여정을 이어갈 실행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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