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평화’ 앞세운 親北 단체들, 미 정부·의회 인사들까지 포섭”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10.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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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펙 인터뷰
“하마스의 ‘가짜 선전전’ 보라, 北 선전 공세도 격화될 것”
“광우병·사드 사태때 가짜뉴스로 사회혼란, 유사시 걷잡을 수 없어”
“한국 민주 의원들 방미 때 대놓고 친북 인사들과 만나…우려돼”

“미국 내 친북(親北) 단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추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거짓 평화’를 앞세워 현직 고위 관리, 현직 의원, 유명 인사들을 포섭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인권 단체 북한자유연합(NKFC)의 로렌스 펙 고문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NFKC(대표 수전 숄티)는 전 세계 70여개 북한인권 단체 및 개인들이 모인 단체로, 펙 고문은 지난 30년간 북한 인권 및 미국 내 친북 단체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엔 워싱턴DC 연구소 및 대학에서 친북 단체들에 대해 잇따라 강연했다.

로렌스 펙 북한자유연합(NKFC) 고문이 지난 9월 19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미국 비정부기구 북한인권위원회(HRNK) 주최로 열린 대담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펙 고문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 내에서 작동시키고 있는 친북 세력의 영향력은 이른바 ‘위장 단체(front groups)’를 통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평화’ ‘통일’ 등을 앞세워 활동하면서 실제로는 미국·한국을 공격하면서 친북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성향을 드러내는 ‘친북(pro-NK) 단체’와는 달리 위장 단체들은 ‘우리들은 단지 평화와 통일을 추구할 뿐’이라며 가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많은 한반도 전문가들, 심지어 보수 싱크탱크 및 기관의 전문가들 마저도 친북 세력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언론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들 친북 세력에 대해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덕분에 (친북 단체들은) 한국계 미국인, 비한국인, 심지어 언론과 의회 구성원 일부까지 속이는데 성공했다”고 했다.

펙 고문은 “심지어는 친북 단체에 관여하고 지원한 적이 있는 인물들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고위 관료로 발탁되고 있다”며 “(친북 단체들이) 미국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 내 대표적 보수 성향 연구소인 AEI(미국기업연구소)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정치경제 석좌도 최근 분석 글에서 “김정은 정권이 미국 내 벌이고 있는 ‘친북 운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며 “이들 단체들이 적국(미국)에 침투해 내부에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펙 고문은 “한국의 (강성) 좌파는 물론 심지어 민주당 등 기성 정치 세력들까지 ‘요즘 시대에 간첩·친북 단체가 어딨느냐’며 친북 움직임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냉전적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이 쓰는 표현을 동원해 비난한다”며 “이런 주장들이 반(反) 국가, 반자유민주세력이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마스와 그 동맹국들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병원을 폭격했다며 ‘가짜 뉴스’를 동원한 것처럼 한반도에서도 혼란과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친북 단체들이 ‘정보 전쟁’’ ‘선전 공세’를 하려고 노리고 있다”고 했다. 펙은 “(친북 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사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방사능,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근거 없는 두려움에 기반한 사회적 혼란을 이미 일으켜왔다”며 “유사시엔 그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2015년 크리스틴 안씨 등이 속한 '위민크로스 DMZ'의 북한 방문을 다룬 노동신문 기사. 당시 북한 노동신문은 ‘안씨가 북한 만경대를 여러 번에 방문했고, 김일성 주석이 한평생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셨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국내에서 안씨의 발언을 놓고 ‘친북’ 논란이 일자 안씨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신문과 한국 언론이 모두 발언을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연합뉴스

◇”’평화’ 앞세운 친북 단체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들까지 끌어들여”

-미국 내 친북 단체의 존재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지금 그들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친북 단체와 활동가, 미국 내 친북 운동이 새로운 현상이 아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 내 친북 운동은 최근 수십 년 동안,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최근 들어 더욱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 친북 세력의 영향력은 특히 ‘위장 단체(front groups)’를 통해 더욱 커졌다. 공개적으로 성향을 드러내는 ‘친북 단체’와는 달리 위장 단체들은 “우리들은 단지 ‘평화와 통일’을 추구한다”고 기만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영향력을 구축하고 더 많은 추종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때때로 한국계 미국인, 비한국인, 심지어 언론과 의회의 일부까지 속일 수 있었다. 친북 위장 단체인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 ‘코리아피스나우(Korea Peace Now)’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재미동포전국연합회, 노둣돌 등 공개적으로 친북을 표방하는 단체와 공개적으로 협력해왔다. 위민크로스, 노둣돌, 6.15위원회, 민족통신 등 미국 내 일부 친북 활동가들은 박철, 리기호 등 뉴욕 주재 북한 유엔대표부에 있는 북한 통전부 정보원들과 수년간 만나 적극적으로 협력 사업을 벌여왔다.

친북 세력의 성장이 한국 내 민주화 이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그 시기는 매우 아이러니하다. 친북 세력이 ‘진보적’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민주적 가치에 상당히 적대적이며 이들이 진정한 ‘반동 분자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워싱턴의DC의 싱크탱크뿐만 아니라 의회 등에 접근하려고 해왔다. 미국 정부 측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성공하고 있나.

“미국 내 친북 운동이 단기간에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오지 못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추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 미국 사회의 전·현직 관리,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위장 단체’이기 때문에 북한을 실제로 지지하지는 않는 사람들도 그럴싸한 ‘평화’ 등을 내세워 친분을 쌓는데 성공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미간 조건 없는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제재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평화법안’이라는 기만적인 이름의 법안 ‘H.R. 1369′와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고위 관리 두 명은 과거 친북 단체에 관여하고 지원한 적이 있는 인물들이다.”

◇“방미 韓 민주 의원들 친북 단체들과 만나...한국선 ‘평화주의자’로 포장 ”

-미국 내 친북 단체들이 한국의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나.

“한국의 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들 일부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대놓고 친북 단체와 활동가들을 포함한 친북 세력들을 만나고 행사에 참여해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만난 자들은 김정은 정권을 떠받드는 친북주의자들이지만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평화주의자’로 포장됐다.

몇 년 전 뉴욕을 방문한 한 민주당 의원은 광적인 ‘친북 인사’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했다. 공산당을 표방하는 미국 단체 지도자들도 이 의원과 함께 행사에 참석하거나 연설했다. 당시 행사에서 이 민주당 의원과 팔을 들고 사진 포즈를 취한 사람 중 한 명은 당시 뉴욕 주재 북한 유엔 공관에 주재하던 북한 통일전선부 소속 리기호 요원이었다. 한국에서 일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미국의 친북 활동가들과 만나기도 한다. 몇 년 전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노둣돌, 코드 핑크 등 친북 단체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북한을 옹호하고 미국에서 ‘내란 음모’ 사건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캠페인을 벌였던 미국의 마르크스주의자가 ‘평화 전문가’가 돼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고 또 한국 언론들은 그를 평화운동가라고 부른다. 민주당이 이를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그러는 것인지 모르지만 우려스럽다.”

-이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들 단체는 겉으로는 ‘평화협정’을 지지한다며 “이제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지지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속내가 종종 드러날때가 있다. 친북 단체인 위민크로스 DMZ의 리더인 크리스틴 안은 자신의 목표가 “미 제국주의의 멍에로부터 한국을 해방시키는 것”이라며 “평화협정이 대한민국과 하와이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에서 모든 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 한 바 있다. 결국은 평화협정을 통해 미군 기지를 철수시키겠다는 북한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코리아피스나우는 6·25전쟁 자체가 ‘미 제국주의’의 ‘프로젝트’였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지난 9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관동(關東·간토)대지진 100주년 추도행사에 참석해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는 모습. /마이니치신문

-이들이 최근 이스라엘을 침공한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를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내 친북 운동과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새로운 흐름이 있다. 첫째, 최근 미국 내 친북 세력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공개적으로 공산주의 중국과 그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코드 핑크’와 같은 일부 친북 단체는 중국 공산당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있다. 둘째, 2017년 미국이 북한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취한 이후 미국의 친북 활동가들은 더 이상 평양을 방문할 수 없게 되자 ‘차선책’으로 도쿄를 방문해 북한이 통제하는 일본 조총련 관계자들을 만나고 조총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윤미향 의원이 일본에서 열린 조총련 행사에 참석하자 한국 민주당은 조총련이 ‘약간’ 친북 단체일 뿐이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은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에 의해 터무니없는 것으로 간주되긴 했다. 조총련의 웹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총련이 평양 정권에 전적으로 충성하는 광적인 친북 단체라는 것을 즉시 인식 할 것이다.”

◇“친북 단체들 유사시 사회적 공황 유발하려할 것”

그래픽=이철원

-한국 민주당은 ‘요즘 시대에 친북 단체, 간첩을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해왔다.

“대한민국 좌파들과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 일부는 ‘대한민국엔 간첩, 친북 단체, 마르크스·레닌주의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망상적인 주장(delusional claims)을 하고 있다. 통진당, 한총련, 6. 15 위원회, 보민련, 백두칭송, 노동자 연대, 민중민주당 및 기타 수십 개의 유사한 단체가 친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적이 없다고 거짓 주장한 테러 단체 하마스 관계자의 최근 성명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친북 세력의 존재를 거짓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은 반(反)국가·반자유민주주의 세력이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전쟁 등 유사시 이들 단체가 어떻게 한반도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고 보나.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병원을 폭격했다는 ‘가짜 뉴스’를 무기로 사용한 것을 보라. 유사시 한반도에서도 그러한 종류의 허위 선전 공세가 진행될 것이다. 전쟁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친북 및 좌파 세력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공포와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사드 미사일 배치와 방사능 공포, 가장 최근에는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공황을 일으키려고 해왔다.

미국 내 친북 세력을 근본적으로 ‘반민주’ ‘반미’ ‘반대한민국’ 세력이라고 표현하는 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친북 세력의 본질이 낱낱이 드러나야 더 이상 이들이 ‘평화 옹호자’로 자신들을 위장할 수 없을 것이다. 옛 속담에 “햇빛은 최고의 소독약”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극단주의 세력에게 진실의 빛을 비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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