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대선 때처럼 절박… 민생 위해 뭐든 할 것”

최경운 기자 2023. 10. 31.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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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장관들에 ‘국민과 소통’ 강조

“지난 대선 때처럼 절박한 마음으로 민심만 바라보고 뭐든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참모들과 저녁을 하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도 “도움을 기다리는 국민의 외침, 현장의 절규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보다 우선적인 일은 없다”면서 “민생 현장을 파고들고 현장의 절규를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 방문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자신부터 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귀국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7일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 중앙 지방 협력 회의를 주재하고, 유림(儒林)을 만난 것도 방향 전환의 일환이라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은행 종노릇 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쉰다”고 했다. 이 외에도 외국인·내국인 노동자 임금 동등 지급을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 규정, ‘김영란법’ 한도,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전세 사기 등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총리실도 최근 부처별로 ‘스토리가 있는 현장 방문’ 계획을 취합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모드 전환’을 언급한 것은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한 여권이 처한 상황이 대선 때 위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작년 1월 초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실무형 선대본부를 꾸렸다. 말실수와 국민의힘 내 자중지란 등으로 지지율 하락을 거듭하자 “처음 모습으로 돌아가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선언하고 선거 캠페인을 민생·현장 중심으로 전환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대장으로 진급한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의 삼정검에 수치를 직접 달아주고 있다./뉴시스

윤 대통령의 이런 기조 변화는 현 여권이 처한 상황 진단에서도 시작됐다. 여권에선 보궐선거 참패 후 캠페인 방식, 지역 조직 문제 등을 패인으로 꼽는 흐름이 있었다. 그런데 심층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이 여당 후보에 대한 사면과, 이에 연이은 공천을 주된 패인으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과는 윤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패인을 국민 눈높이와 상식의 관점에서 찾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논란성 정책에 대해 조정 과정을 거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시·도지사들이 참석한 중앙 지방 협력 회의에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편성 논란과 관련해 “시도 17곳 가운데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어디 있겠느냐”며 “너무 걱정하지 마라. 전북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과학계가 반발하는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기초과학 예산 등에 대한 일부 증액이 이뤄지면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통령실 인사 라인에는 “기존 인사 콘셉트와는 180도 다른 후보들을 인선하라”는 지시도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안철수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 등과 불편한 관계가 됐다. 여권 관계자는 “불편한 사람을 만나고 품는 것이야말로 권력 의지의 가늠자”라며 “윤 대통령의 구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31일 국회에서 만난다.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열리는 5부 요인과 여야 지도부의 사전 환담 자리에서다. 작년에는 민주당이 검찰 수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고, 이 대표와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진행에 따라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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