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치과 회장, 범죄인 인도 사각지대서 9년째 호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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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금지된 프랜차이즈 형태의 '네트워크 치과'를 설립·운영하다가 수사선상에 오르자 미국으로 도주한 유디치과그룹의 김모 회장.
미국에 머물며 국내에서 각종 원격 소송을 진행 중인 그가 한·미 간 범죄인 인도 청구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미국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범죄인 인도 청구 대상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공통 처벌 대상에 한정되는데, 김씨가 위반한 조항(의료법 33조8항)이 미국법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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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죄지만 미국에선 죄가 안 돼
법무부, 송환 위해 다양한 방안 검토
현행법상 금지된 프랜차이즈 형태의 '네트워크 치과'를 설립·운영하다가 수사선상에 오르자 미국으로 도주한 유디치과그룹의 김모 회장. 미국에 머물며 국내에서 각종 원격 소송을 진행 중인 그가 한·미 간 범죄인 인도 청구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미국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그 행위가 미국에서 범죄가 아니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검찰 등은 다른 송환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손정현)는 프랜차이즈 치과병원을 설립해 운영한 혐의(의료법 위반)를 받고 있는 김 회장에 대해 2015년부터 기소중지를 유지하고 있다. 기소중지란 피의자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을 때 소재 시까지 수사를 미루는 검찰 처분으로, 중지 기간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김씨는 2000년대 '반값 임플란트'를 내세워 한때 지점수만 전국 12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2012년 의료법이 개정돼 의료인 1명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이 금지되자, 김씨는 한순간에 불법 병원 운영자로 전락했다. 이듬해 말 치과의사협회가 김씨 등 관계자 33명을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수사망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현지에서도 한국에서처럼 네트워크 치과를 운영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뉴욕의 대형빌딩 3채를 매입하는 등 한인 사회에서 부동산 재력가로 통하며 호의호식 중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선 국내 최대 로펌을 선임해 지점 원장들이 받은 각종 환급액의 소유권도 자신에게 있다며 무차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관련 기사: 수사 피해 해외로 도피하고도... "불법수익도 내 돈" 소송전 벌이는 치과의사)
검찰은 2015년 지점 원장 등 16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김씨에 대해선 범죄인 인도 청구를 적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인 인도 청구 대상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공통 처벌 대상에 한정되는데, 김씨가 위반한 조항(의료법 33조8항)이 미국법엔 없다. 한국은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네트워크 병원을 처벌하지만, 보험체계가 다른 미국에선 이게 범죄가 아니다. 당시 수사팀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김씨를 국내로 끌고올 다른 계기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경찰이 지난해 10월 김씨의 별도 탈세 혐의 첩보를 입수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큼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법무부와 검찰도 범죄인 인도 청구의 허점을 인식하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국제형사과는 범죄인 인도의 빈틈을 채울 다양한 형사사법 공조 방안을 검토하고,검찰은 미국에서 동일 행위로 인한 처벌 선례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
법조계에선 범죄인 인도 청구 제도의 예외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체류비자를 정지시켜 체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등 예외적인 방안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한상희 건국대 법전원 교수는 "국가 행정 목적을 위해 만든 죄목까지 청구 대상을 무한정 확장한다면 타국의 사법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디치과’ 관련 반론보도문]
한국일보는 지면과 인터넷 기사를 통해 ‘유디치과’를 개설한 김종훈 전 회장이 의료법 위반으로 수사가 개시되자 미국으로 도피했고, 도피 중에 각 지점 원장들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으며, 유디치과에서 탈퇴하기 위해서는 김 전 회장에게 많게는 100억 원대의 양도대금을 납부해야 하는 영업권 양도·양수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디치과와 김 전 회장 측은 “김 전 회장의 미국 이주는 수사가 개시되기 5년 전에 이뤄졌고, 110여개의 유디치과가 운영중인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총 5건이며, 영업권 양도·양수 계약은 지점 탈퇴와 관계없이 진행되어 왔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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