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금정산과 팔공산

강필희 기자 2023. 10. 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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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진보 계열 정당의 국회의원 당선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수성갑 입성은 민주당 계열로는 1995년 신한민주당 이후 31년 만이었다.

보수 안방인 대구에서만 의원 선수를 쌓은 경력을 대구·경북(TK)의 진산인 '팔공산' 등산에 비유한 것이다.

PK가 TK 못지 않은 보수 아성이지만 그래도 민주당 계열 국회의원들을 꾸준히 배출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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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진보 계열 정당의 국회의원 당선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수성갑 입성은 민주당 계열로는 1995년 신한민주당 이후 31년 만이었다. 2년 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한창일 때 ‘에베레스트 등반론’과 ‘팔공산 등반론’이 부딪혔다. 주호영 후보가 30대 이준석 후보를 꼬집어 “에베레스트에 가려면 경륜이 있어야 한다”고 공격하자, 이 후보가 “주 선배는 팔공산만 다섯번 오르시지 않았냐”고 반박하면서다. 보수 안방인 대구에서만 의원 선수를 쌓은 경력을 대구·경북(TK)의 진산인 ‘팔공산’ 등산에 비유한 것이다. ‘금정산’인들 다를까.


사실 영남의 보수정당 의원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성공한 케이스는 많지 않다. 웬만큼 인지도가 쌓여도 정글 같은 서울에선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TK에서 3선을 지내는 등 6선 고지에 오른 홍사덕 전 의원은 서울 종로에서 결국 쓴잔을 마셨고, 경북 상주에서 3선을 하고 최고위원까지 지낸 김재원 전 의원도 실패했다. 그나마 TK는 도전이라도 했지만 부산·경남(PK)에선 시도조차 거의 없었다. 하태경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이 적잖은 주목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연일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띄우고 있다. 인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남의 스타 의원들이 서울 험지에 나와야 한다. 영남 쪽에선 쉽게 당선되니까 세대교체도 좀 하고”라고 운을 뗐다.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직전 발언도 재조명됐다. 일부 매체는 대구 5선인 주호영 의원, 울산 4선인 김기현 당 대표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TK에는 3선 이상이 2명 뿐이지만 PK에는 부산과 경남에 각 5명, 울산 2명 등 총 12명이나 된다. 좌불안석일 것이다.

이른바 텃밭에서 국회의원 되기가 얼마나 쉬운 지는 지난 21대 국회가 충분히 증명했다. 지역 주민이 이름도 잘 모르는 시의원으로 지내다 국민의힘 공천으로 배지를 단 사람이 부산에만 5명이다. PK가 TK 못지 않은 보수 아성이지만 그래도 민주당 계열 국회의원들을 꾸준히 배출하긴 했다. 그래서 일까. 지역 의원들은 중진이고 초선이고 자신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척하고 있다.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뜻밖의 ‘방패’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근교산만 오가는 사람이 히말라야 등반을 엄두도 못낼 건 뻔하다. 지금 PK 의원들에겐 수도권 진출이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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