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신 4高’의 짙은 안개와 지역경제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2023. 10. 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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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부산차이나비즈니스 포럼 회장

최근 개최된 2023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연차총회에서 IMF는 금년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의 3.0%를 유지하고, 내년도는 2.9%로 소폭 하향 조정한다는 발표를 했다.

지난해 미국의 주도로 시작된 정책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으나, 글로벌경기는 둔화되거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0.3%P, 0.6%P 상향 조정되었으며, 중국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의 파산가능성 등으로 물가는 하락하고 경기회복이 느려 이른바 공황이 언급되면서 0.2%P 하향 조정되었다.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기대감과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화 등으로 국제유가는 상승하여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다가, 85달러 이하로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최근 중동사태로 하루 사이 4%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더욱이 비산유국의 경우 유가의 상승은 공급충격으로 물가의 상승과 산출량의 하락을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해 초고물가로 시작된 고금리 행진과 고환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고유가까지 가세하는 신(新) 4고(高) 현상이 글로벌경제를 뒤덮고 있다. 전쟁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비경제적 요인으로 야기된 국제유가상승 충격은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부정적인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비산유국인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의 변동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경기둔화 등으로 금년 5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를 경험한 후 최근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보였던 우리 경제가 다시 국제유가의 상승 등 신 4고의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금년초 정부는 올해의 경제정책 방향을 수출과 투자에 초점을 두고 하반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했으나, 예기치 못한 중동사태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근간을 이루고, 항만·물류 등 서비스업이 산업의 70%를 훨씬 상회하는 부산경제는 어떠한가?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부산제조업체 4분기 경기전망지수(BSI)가 전 분기 대비 11포인트 감소한 84로 나타나 경기둔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부산지역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원리금 상환에 고통을 겪고 있으며, 지역의 중소 건설업체도 고금리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어려움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는 뉴스가 자주 들려온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험준한 산을 힘겹게 넘었는데, 중동전쟁이라는 큰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부산의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항만과 물류, 서비스산업은 국내외 경기에 민감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역시 경기변동에 취약한 경제주체이다. 그러면 중동전쟁의 백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난 수년 동안 부산시는 정책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한 재정지원에 총력을 다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인 부산은행도 큰 몫을 했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필요한 재원은 여전히 부족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고금리의 지속과 경기회복의 지연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는 가장 원하지 않은 상황으로 발전되고 있다. 뭔가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 한때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입되었던 중소기업·대기업 상생프로그램과 유사하게 지역의 소기업과 중견기업, 소상공인과 금융기관간 상호보완적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닌 상대방의 강점과 비교우위 요소를 찾아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와 얽힌 경제적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상호보완적이고 의존적인 특성을 지닌 글로벌 경제에서 해결책은 진정성을 지닌 국제공조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루어 왔던 국제공조를 이번 IMF·World Bank 연차총회에 모인 G20 국가들이 주도하여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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