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국경범죄 대응을 위한 인터폴의 역할
세계화와 정보화의 흐름 속에 마약을 비롯하여 나라의 경계를 넘나드는 범죄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인터넷의 발달로 각국의 범죄는 점차 국제화, 은밀화되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눈에 띄는 범죄는 마약범죄다. 전 세계 어디서나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정착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긴밀한 유대와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 되었다. 한국 역시 과거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인정받았으나 최근 청소년 마약 사건과 대규모 밀반입 사건이 발생하는 등 마약범죄 대응에 있어 중요한 국면에 처해 있다.
마약범죄 등 국경을 넘어서 이뤄지는 범죄 대응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 경찰과 인터폴이 공동으로 지난 7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13개 인터폴 회원국과 미국 일본 필리핀 등 각국 마약범죄 수사기관, 해양경찰청, 대검찰청, 관세청 등 관계자 90여 명이 참석한 ‘마약 등 초국경 범죄 대응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곳에서는 국외도피사범 추적기법, 국제공조 우수사례, 인터폴 채널을 통한 공조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또한 급변하는 초국가적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별 마약범죄 동향, 아·태지역 공조 강화전략 및 초국경범죄 공조전략을 공유하는 등 각국 법 집행 기관들 간의 연대와 공조는 글로벌 안전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전제가 되었다.
이러한 초국경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전국 시·도 경찰청에서는 인터폴 국제공조 담당자들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 부산 인천 경기남부경찰청에서는 마약사범 및 전화금융사기 조직,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비롯하여 해외 도주 중인 국외도피사범 및 자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인터폴 적색수배자를 추적·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국제공조팀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인터폴 국제공조팀은 2019년 1월 신설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4년 8개월간 부산청 전체 국외도피사범 584명 중 401명을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했고, 206명을 국내 송환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국외도피범 중 국가별로는 중국(33.3%) 필리핀(26.7%) 베트남(10.7%) 태국(5.8%) 순이었다. 이들 중에는 하와이에서 대마초, 엑스터시, 필로폰 등 마약을 국제우편으로 위장해 50여 회에 걸쳐 국내 밀반입 후 서울과 부산·대구 같은 대도시 주요 클럽 등에 유통시킨 국외도피범은 인터폴 적색수배로 검거했고, 2017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중국 산둥성·광둥성을 거점으로 전화금융사기 조직에서 활동하며 피해자 116명으로부터 11억여 원을 가로챈 총책 2명을 비롯하여 조직원 5명을 국제공조를 통해 국내 송환했다.
또 2019년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실을 두고 국내인들을 상대로 4800억 원 규모의 불법 인터넷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인터폴 적색수배 총책 2명을 베트남 공안으로부터 신병을 인계받아 국내 송환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살인미수를 저지르고 해외 도주한 카자흐스탄인과 러시아에서 범죄단체 조직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 된 러시아인이 우리나라에 체류 중이라며 대상자들을 검거해달라는 해당국 인터폴의 요청에서 따라 1년 동안 소재를 추적한 끝에 국내 도피해 있던 대상자들을 추적·검거해 추방한 것을 비롯하여 총 4명의 인터폴 적색수배자를 추방했다.
앞으로도 국내인의 해외 범죄 및 외국인의 국내 범죄 등 초국경범죄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형사 경찰기구인 인터폴 채널을 통한 신속한 국제공조 및 유대가 절실하고 인터폴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할 것이다. 우리 경찰도 필리핀·베트남 코리안데스크 설치와 같이 각국 법집행기관과의 보다 긴밀하고 끈끈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호 국제교류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라포’ 형성과 함께 우리 수사관을 현지 파견해 합동으로 국외도피사범 검거 및 증거 확보하는 등 초국경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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