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명소서 지렁이 구조하는 부부 “귀중한 생명 밟을 순 없잖아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7일 아침 여명이 뿌옇게 부산 금정구 회동 수원지를 덮었다.
지렁이 걷어내는 것을 보고 거드는 사람도 있었다.
작은 일이지만, 문현동 부부의 마음이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는 문현동 부부처럼 묵묵히 이웃을 생각하고 생명 존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지탱해 나가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허리 굽혔다 폈다 쉽지 않지만
- 길에 있는 지렁이 안전하게 옮겨
지난 7일 아침 여명이 뿌옇게 부산 금정구 회동 수원지를 덮었다. 땅뫼산 황톳길에는 많은 사람이 맨발로 걷고 있었다. 부부, 친구와 같이 와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고 있다. 편백이 숲을 이룬 곳에는 쉴 수 있는 의자가 많이 있어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눠먹는 사람도 보였다. 그런데 황톳길 바닥을 살피며,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는 부부를 만났다. 알고 보니 황톳길 주인인 지렁이를 하나씩 밖으로 걷어내고 있었다. 부부는 남구 문현동에서 왔다고 했다. 이 좋은 곳을 걸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단다. 그들은 “처음에는 무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지만, 가만히 보니 지렁이가 많았다. 사람들이 그냥 밟고 지나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서 길 밖으로 들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크고작은 지렁이들이 길에 깔려 있었다. 지렁이 걷어내는 것을 보고 거드는 사람도 있었다.
이 부부는 “내가 좋은 길을 걸으면서 귀중한 생명을 밟고 간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마음이 합해진다면 한 마리의 지렁이도 희생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작은 일이지만, 문현동 부부의 마음이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극구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연신 지렁이를 몰아내고 있었다. 나도 거들어 보았지만, 허리를 굽혔다 펴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 사회는 문현동 부부처럼 묵묵히 이웃을 생각하고 생명 존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지탱해 나가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들의 모습은 환하게 땅뫼산 황톳길을 밝히고 있었다.
※시민기자면은 부산시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