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공격능력 과소 평가… 무전 도청 1년전 중단”

박효목 기자 2023. 10.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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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이스라엘 정보전 실패 분석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7일 새벽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올 때까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깨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 참모는 아무도 없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처참하게 정보전에 실패했던 이스라엘의 당일 모습을 이같이 묘사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신베트와 군 당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국경에 침투하는 것을 보고도 야간 훈련을 하는 것으로 여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마스가 ‘소규모 공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대테러 부대인 ‘테킬라’ 팀을 파견했다. 그러는 새 하마스는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가자지구 인근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를 장악하고 있었다.

NYT는 이스라엘 및 미국 관료들과의 인터뷰, 이스라엘 정부 문서 등을 토대로 “이스라엘의 오만함으로 인해 하마스의 능력을 과소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정보 수집에도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작업에 매몰돼 외부 위협에 안이했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조차 이런 이스라엘을 믿고 하마스 관련 정보를 수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1년 전 하마스 무전기 도청 중단

NYT에 따르면 암호 해독, 첩보신호 수집 등 시긴트(SIGINT·신호정보)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이스라엘 8200부대는 1년 전 하마스 무전기에 대한 도청을 중단했다. NYT는 “7일 밤 하마스 대원들이 휴대용 무전기를 통해 나누는 교통 상황에 대해 들었다면 이스라엘 측의 판단은 달라졌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하마스가 더 이상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의도가 없다고 오판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정보 자산을 헤즈볼라에 집중시켰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은 향후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하마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사법부 무력화에 집중한 나머지 안보 위협을 지속적으로 무시한 정황도 나왔다. 이스라엘 고위 관료 2명은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초강경 우파 연정이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가결하기 직전인 7월 24일 의회를 방문해 경종을 울렸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이 공격해올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이들의 ‘안보 브리핑’을 들으러 온 의원은 단 2명뿐이었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미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번 전쟁에 관여하는 사람들 중에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 네타냐후 “보고 못 받아” 책임 회피

이스라엘 수뇌부의 총체적 안보 부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군 간부들이 하마스의 침공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전쟁 중 아군을 저격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결국 사과했다.

이스라엘 온라인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하마스의 전쟁 의도에 대해 어떠한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며 “군 정보당국과 신베트 수장 등 모든 정보기관은 하마스가 (도발을) 단념하고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 대표로 전시내각에 국방장관으로 합류한 베니 간츠조차 “전쟁 중에 지도부는 군을 지지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어 29일 “내가 한 말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사과한다”고 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례적(rare) 사과’였다고 표현했다.

전쟁 전 사법무 무력화 강행으로 각계 반발을 불렀던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이후 자국 내 ‘하마스 척결’ 분위기 속에도 비판 여론에 휩싸여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인 11, 12일 여론조사 결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29%에 불과한 반면, 간츠 대표는 48%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궁지에 몰렸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으로) 입지가 더욱 심하게 훼손됐다”고 분석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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