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41] 정글에서 살아남기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3. 10. 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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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미국 독립선언문에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는 인간의 기본 권한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민주주의를, 공산주의를, 완벽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이 아니다. 개인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 나머지는 ‘방법론’일 뿐이다. 정부의 역할은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를 누군가 결정하고 모두가 따라야 한다면, 사회는 바로 전체주의 독재로 변신해 버린다. 각자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과 기회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정부가 있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만약 역사의 흐름 그 자체가 개인의 선택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1930년도 이탈리아, 독일, 그리고 스페인을 시작으로 민주주의 체제들이 무너져 버리고 2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함께 개인의 행복이 아닌 ‘생존’ 그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다. 독일 작가 볼프람 아일렌베르거는 최근 ‘자유의 불꽃’이라는 책에서 그런 암흑의 시대에 4명의 여성 지식인이 선택한 서로 다른 인생을 소개한다. 프랑스 철학가 시몬 베유는 자신의 행복보다는 민중의 행복에 집중하고,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 아인 랜드는 대중의 불행을 감수하더라도 개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 출신 한나 아렌트는 더 이상 독일인이 아닌 유대인으로의 정체성에 집중하는 반면,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지난 30년 우리는 너무나도 특별한 시대를 경험했다. 큰 전쟁이 없었고,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으며, 대부분 국가는 ‘세계화’라는 국제 질서에 참여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그리고 어쩌면 있을지 모를 중국의 대만 침략까지, 마치 지난 30년 역사를 급하게 ‘처분’하려고 하는 듯, 세계는 빠르게 불확실성과 각자도생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

역사가 잘 정돈된 잔디밭에서 다시 험악한 정글로 되돌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대한민국은 어떻게 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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