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소상공인들, 고금리에 ‘은행 종노릇 하는것 같다’며 한숨”
국무회의서 은행 독과점 정조준
대통령실, ‘횡재세’ 도입엔 신중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밝혔다. 현장 민심을 전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예대마진 등에 따른 과도한 지대 추구 논란이 제기된 은행권의 독과점 문제를 겨냥했다는 해석과 함께 주요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주 대통령실에서는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이 다양한 민생 현장 36곳을 찾아 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들을 생생하게 듣고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은행의 종노릇’ 발언은 24일 소상공인 단체들이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의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상환에 애로가 심각하다”며 “대출이자 탕감, 원금 납부유예 등 과감한 금융지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경제 위기 당시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은행들을 구했던 적이 있다”며 “은행들도 국민들을 위해 더 기본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은행에 부담금을 부과해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과점 체제인 은행권을 겨냥해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현장 행보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은 정부 고위직과 국민 사이에 원자탄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콘크리트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벽에 작은 틈이라도 열어줘서 국민들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일부라도 전달되기를 간절하게 원한다”고 말했다.
“은행, 외환위기때 세금으로 소생… 국민 위해 더 역할해야”
대통령실, 예대마진 축소 등 기대
尹, 각의서 ‘과도한 이자장사’ 지적
은행권은 “뭘 더 내놔야 하나” 당혹
‘은행 횡재세 법안’ 국회 계류중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 문제로 고충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이같이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대통령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이 민생 현장 36곳을 찾아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들을 생생하게 듣고 왔다는 것. 비록 소상공인의 말을 빌리는 형식을 취했지만,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 추구 문제는 윤 대통령이 평소에도 지닌 문제의식이라고 참모들은 전했다.
● 은행 ‘횡재세’ 도입 재점화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정치권에서 은행 횡재세 논의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무게가 실렸다. 은행이 얻은 수익의 일부를 서민금융진흥원에 부담금으로 출연하는 이른바 ‘은행 횡재세 법안’은 올해 4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횡재세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이 과도한 이자 장사로 거둔 초과이익의 환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횡재세 등 은행 초과이익 환수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대해 우리나라 특성에 맞춰 종합적으로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 이익과 관련한 국민 고통을 인지하고 여러 노력을 해왔으나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각국의 정책들을 눈여겨보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이 전한 ‘은행 종노릇’ 발언에 코스피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3.76%), KB금융(―2.67%), 신한지주(―2.57%), 우리금융지주(―1.41%) 등 은행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 상생금융 협조했던 은행권 ‘당황’
횡재세와 별도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서민금융 정책에는 추진력이 실릴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는 연간 서민금융 정책 자금을 당초 10조 원에서 1조 원 이상 확대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햇살론 상품의 통합 운영, 최저 신용자 대상 대출상품 출시 등이 담긴 ‘정책 서민금융 효율화 방안’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예대마진 축소 등 은행권의 자발적인 ‘역할론’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위기를 겪는 은행들을 국민 세금인 ‘공적 자금’으로 살려줬다”며 “은행도 국민을 위해 더 기본적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비이자수익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고 상생금융에 적극 협조했는데도 정부가 또다시 ‘은행 때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 원리금 상환 유예 등에 이어 상생금융에까지 참여했는데 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기조가 납득이 안 간다”며 “은행권 입장에선 ‘무엇을 또 내놓아야 하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은행의 금리 산정 방식을 압박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시장 가격 체계를 왜곡시키는 면이 있다”며 “원활한 채무조정, 저금리 대환대출 활성화 등의 방식으로 정책금융을 보완하는 방안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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