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부진→역대 최저 취업률 47.6%’ 한국배구 위험 신호, “지도자들이 무보수라도 선진배구 배워야 한다”
[OSEN=외발산동, 길준영 기자] 남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역사장 저조한 지명률이 나왔다.
‘도드람 2023-2024 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지난 30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개최됐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는 42명으로 2017-2018 드래프트와 2019-2020 드래프트(이상 43명)에 이어서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7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20명밖에 되지 않아 취업률은 47.6%에 머물렀다. 2005-2006 신인 드래프트에서 기록한 56.3%(9/16)를 넘어서는 역대 최저 취업률이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5명의 선수를 지명했다.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에서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받았고 수련선수도 지명했다. KB손해보험은 우리카드에서 2라운드 지명권을 양도받았고 역시 수련선수까지 지명했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은 “신인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바로 활약하면 좋겠지만 최근 대학선수들이 입단하자마자 확실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아시아쿼터 영향이 있고 팀마다 굳이 신인을 선발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대학과 프로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라고 드래프트 지명률이 저조했던 것의 원인을 진단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얼리 드래프트 선수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지명을 받은 20명의 선수 중 얼리 드래프트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은 13명에 달했다. 1라운드에서는 7명 중 얼리 드래프트 선수만 6명이 지명되기도 했다.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얼리 드래프트로 좋은 선수들이 일찍 프로에 가면서 아마추어 배구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앞으로도 계속 얼리 출신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그러면 고등학교나 대학교 팀들의 수준이 점점 더 떨어질 것이다.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바꾸기 위해서는 프로구단이나 연맹이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생각한다. 얼리로 나오는 선수를 못나오게는 할 수 없다.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얼리 드래프트와 아마추어 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만 지명권을 행사하면서 신인선수를 2명밖에 뽑지 않았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매번 말씀드리지만 저변확대가 정답인 것 같다. 유소년 배구에 투자를 하면서 배구를 즐기는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엘리트 체육으로 전환은 잘 안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프로에 오는 선수들에게 가르칠 것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신인이 오면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도자들이 더욱 분발하고 제도를 정비해서 아마추어 때부터 확실하게 배구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기반이 잘되면 더 많은 배구팀이 생기고 더 많은 선수들이 나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배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자배구는 지난 9월 개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이후 61년 만이다.
최태웅 감독은 “지도자들이 무보수가 되더라도 배울 수 있는 열정을 가지고 선진배구를 배우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 다들 가정도 있으니 사실 그런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가서 보고 오고 간접체험을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지도자들이 더욱 열정을 가지고 선진배구를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인감독들이 V-리그에 들어오면서 많은 변화가 있다”라고 말한 최태웅 감독은 “그렇지만 국제대회 성적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누가 온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안배운다고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지도자들이 배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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