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짜리 장난감…만화영화 속 `건담`이 현실로
건담 만화영화를 보며 자란 이들의 공상이 현실이 됐다. 키 4.5미터, 무게 3.5톤에 달하는 로봇의 조종석에 올라타서 원하는 동작을 하도록 조종할 수 있다. 로봇은 자동차로 변신해서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도 할 수 있다. 다만 비싼 가격이 흠이다.
30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술매체 더버지는 일본 요코하마에 본사를 둔 로봇 스타트업 츠바메인더스트리가 개발한 300만달러(약 40억원) 짜리 대형 로봇 '츠바메 아칵스(Tsubame Archax)'를 조명했다. 이 로봇은 최근 일본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 쇼'에 선보였다.
츠바메인더스트리는 이 로봇 개발에 4년을 들였다. 그 결과 5대의 로봇을 제작했으며 각각 300만달러(약 40억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 로봇은 일종의 트랜스포머로, 로봇 모드와 차량 모드를 손쉽게 오간다. 네발 달린 로봇이었다가 바퀴 달린 자동차로 변신한다. 로봇의 앞쪽에 달린 해치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앉아 로봇 안에서 직접 조종을 할 수 있다.
로봇의 네개 다리에는 타이어가 장착돼 있고 전기 모터로 움직인다. 차량 모드에서는 4개의 다리가 사방으로 뻗어서 몸체를 낮추고 시간당 최고 10킬로미터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로봇 모드로 전환하면 키가 4.5미터로 커진다.
조종석에 올라타는 과정도 그럴 듯하다. 조종사가 외부에서 로봇 왼쪽 하단의 스위치를 누르면 4개의 해치가 각각 움직여 내부 조종석에 들어갈 수 있다. 츠바메 아칵스는 건담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츠바메의 CTO(최고기술책임자)인 아키노리 이시이는 실물 크기의 건담 RX-78F00을 제작한 건담 글로벌 챌린지의 기술 디렉터다.
이 프로젝트는 츠바메의 CEO(최고경영자)인 요시다 료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에 아칵스 디자인을 게시했다. 이후 이시이가 료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채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40억원에 달하는 이 로봇의 쓰임새는 아직 돈값을 못하는 수준이다. 수십억 정도는 취미에 쓸 수 있는 초부유층을 위한 장난감 정도다.
이시이 CTO는 "첫 번째 단계는 취미와 엔터테인먼트용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더 크다. 제작한 로봇 5대가 모두 판매된 후에는 2014년 상영된 '고질라'에서 힌트를 얻어서 로봇끼리 가상현실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재현하길 원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을 달로 보내는 것이다.
이시이 CTO는 "지구에는 특수 작업에 쓰는 특수 기계가 많이 있지만 달 기지에서는 그렇게 많은 기계를 보유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인간과 비슷한 기계가 사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술의 갈 길은 아직 멀다. 현재 최대 약 20kg까지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지만 정밀한 작업에는 젬병이다. 기본 컨트롤은 팔을 제어하기 위한 조이스틱 한 쌍과 조종사가 조명·모드 등을 바꿀 수 있는 터치패널로 한다. 여기에다 두개의 페달을 조작해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오른쪽 페달은 앞뒤로 움직여 전진 및 후진 속도를 제어하고, 왼쪽 페달은 좌우로 움직이며 로봇을 돌리는 데 사용된다.
조종석은 건담처럼 완전히 밀폐돼 있으며, 조종사는 로봇 곳곳에 설치된 26개의 광각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 이 영상은 조종사를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디스플레이에서 함께 구동된다.
요시다 료 CEO는 "공상과학 영화처럼 로봇에 탑승해 조종하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고 싶어서 츠바메 아칵스 개발에 도전했다"고 발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시리즈 '건담'에서처럼 여러 대의 로봇을 한데 모아 장난감 총으로 슈팅 게임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활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 후 잔해를 청소하거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등 보다 실용적인 역할도 구상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조종사와 기계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료 CEO는 "조종사가 로봇에 탑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치 자신이 로봇이 된 것처럼, 마치 거대한 존재가 된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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