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톡Ⅱ] 70. 개능이 - 접두사 ‘개’의 역설, 개능이 대우

강병로 2023. 10. 31. 00: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하찮고 쓰잘데 없는 정보가 넘치는 세상입니다.

귀하고 비싼 대우를 받는 참능이에 비해 개능이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발로 툭툭 차서 뭉개는 잡버섯 취급을 받았습니다.

놀라운 건 개능이의 효능.

MZ 세대에게서 '개'의 쓰임과 의미가 달라지듯 개두릅, 개당귀, 개능이 등은 성분검증이 이뤄지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우를 받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개능이 

하찮고 쓰잘데 없는 정보가 넘치는 세상입니다. 온갖 악다구니와 개뼈다귀만도 못한 주의·주장이 폭주하는 세상. 그런 세상을 무심히 살아가려니 에너지 쓰임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런 정보공해를 조리질하는 데 수반되는 비용이 그저 아까울 따름. SNS를 타고 전파되는 신조어 가운데 ‘개’를 접두사로 붙인 말이 의외로 많더군요. MZ 세대들이 즐겨 쓰는 말이라는데 ‘개많다’, ‘개예뻐’, ‘개재밌음’ 등으로 기존에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던 ‘개’와는 의미가 달라 종종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개죽음, 개박살, 개고생 등 접두사 ‘개’가 붙으면 그 의미가 부정적이거나 하찮게 여겨지지요. 물건의 질은 떨어지고 대상은 싸꾸려 취급 받기 십상입니다. 천덕꾸러기 신세지요. 개살구, 개복숭아, ‘개꽃’ 등이 그렇습니다.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의미가 은연중 내포되어 있습니다. 산야초를 이야기할 때도 ‘개’는 빠짐이 없습니다. ‘개당귀’, ‘개망초’, ‘개두릅’을 비롯해 다양한 식물 앞에 ‘개’가 붙습니다.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뜻으로 값을 매기거나 거래될 때 진짜의 반값에도 미치지 못하지요. 심지어 ‘덤’으로 주고받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늦가을에 발견되는 ‘개능이(무늬노루털버섯)’의 운명은 어떨까요. 귀하고 비싼 대우를 받는 참능이에 비해 개능이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발로 툭툭 차서 뭉개는 잡버섯 취급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맛이 쓴데다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외양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 버섯의 참모습(?)을 알면 결코 멀리할 수 없습니다. 장아찌로 담그면 쫄깃한 식감이 배가되고, 쓴맛을 빼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놀라운 건 개능이의 효능. 건조한 버섯을 달여 마시면 속이 편안해지면서 기관지 질환과 각종 염증 및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참능이보다 약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일까요. MZ 세대에게서 ‘개’의 쓰임과 의미가 달라지듯 개두릅, 개당귀, 개능이 등은 성분검증이 이뤄지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우를 받습니다. 개차반, 개망나니 취급이 아니라 ‘참’ 대우를 받는 것이지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이 요란합니다. 살고 죽는 전쟁터보다 더 치열한 판이 선거판이니 ‘개판’이 되면 곤란하겠지요. 무엇보다 ‘선수’가 중요합니다. 개차반 소리나 듣고 개망나니 취급을 받는 후보야 걸러내야겠지만 다양성은 존중돼야 합니다. 어디 개능이 같은 후보 없을까요.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