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100년 전의 질문-문화의 달을 보내며 만나는 박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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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짙어져 가는 공원의 풍경이 아름답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박승빈이 100년 전 한국어에 던진 질문을 화두로 사색에 잠겨 보자.
박승빈은 이미 100년 전에 평등을 지향한다면 평등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며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문화의 달을 보내며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과연 나의 언어에 잘 담겨 있는지 100년 전에 던진 박승빈의 질문을 새기며 의미 있는 가을을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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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개혁운동 이론 제시
사람 차별 호칭어 문제제기
당신·00씨로 호칭 통일
상호존대 기본을 제안해
평등 지향한다면 평등 언어를
단풍이 짙어져 가는 공원의 풍경이 아름답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사색에 젖기 딱 좋은 계절이다. 10월은 ‘문화의 달’이기도 하다. 한국 문화의 중심에 한국어가 있다. 문화의 달이 다 가버리는 것이 조금 아쉽다면 그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줄, 철원을 대표하는 국어학자 박승빈을 만나보자.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박승빈이 100년 전 한국어에 던진 질문을 화두로 사색에 잠겨 보자.
박승빈은 143년 전인 1880년 강원도 철원군 묘장면 대마리에서 태어났다. 19세까지 고향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한 후 판임관 시험에 합격하여 관료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신학문을 동경하며 서양 유학을 꿈꾼다. 러일전쟁으로 서양 유학의 꿈이 좌절되자 일본으로 행선지를 바꾼다.
일본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박승빈은 일본의 육법전서를 조선어로 번역·출간한다. ‘언문일치 일본국 육법전서’라는 제목의 이 책은 ‘언문일치’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번역의 지향점을 한국어다움에 두었다.
한국어 문법이 체계화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표기법도 통일되기 이전이었으니 번역의 과정은 오롯이 한국어 연구의 과정이 되었다.
박승빈은 연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언어 개혁 운동의 이론을 제시하고 실천을 주도했다. 그가 주목한 한국어의 문제는 호칭어의 문제, 2인칭 대명사의 문제, 그리고 아동 경어 문제였다. 한국어는 공손성의 이유로 ‘너’나 ‘당신’과 같은 2인칭 대명사의 사용을 꺼리는, 몇 안 되는 언어에 속한다. 그래서 2인칭 대명사 대신 사용할 호칭어가 발달되어 있다. 또한, 한국어는 인물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문법적으로 드러내는 높임법이 발달한, 매우 드문 언어이기도 하다.
한국어의 이러한 특징에 신분제라는 세계관이 투영되어 오랫동안 이어져온 탓에, 신분제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차별과 불평등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 박승빈의 문제의식이었다. 호칭어가 사람을 차별하는 도구로 남아 있고, 높임법이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음을 무려 100년 전에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이를 위해 박승빈은 2인칭 대명사 ‘당신’을 쓰고, ‘이름 + 씨’로 호칭을 통일하고,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 없이 상호 존대를 기본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박승빈은 이미 100년 전에 평등을 지향한다면 평등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며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실천 방안 또한 마련해 두었다.
문화의 달을 보내며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과연 나의 언어에 잘 담겨 있는지 100년 전에 던진 박승빈의 질문을 새기며 의미 있는 가을을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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