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조선일보 칼럼 삭제와 전청조 '거짓말' 인터뷰
[미오 사설] 미디어오늘 1424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매체 보도는 콘텐츠 생산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와 독자의 반응을 살피고 이끌어내고 그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게 일상이 됐다. 댓글 관리부터 차단 여부까지 매체 책임자 업무도 늘었다.
콘텐츠 수용자를 알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다. 무엇이 그들을 열광 혹은 실망케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뉴미디어가 환영을 받는 것은 콘텐츠 반응에 대한 실시간 대응을 잘하기 때문이다. 반면 콘텐츠 소비자 만능주의에 따른 몰지각한 콘텐츠 남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선정적 콘텐츠에 대해선 '원하는 수요가 있다'라고 핑계대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지 않는 행태가 반복된다.
뉴미디어와 레거시 미디어의 차별점은 콘텐츠에 대한 책임 유무로부터 발생한다. 보통의 레거시 미디어는 끝까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믿음이 있다. 바꿔말하면 레거시 미디어는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와 관련돼 있다. '정통깊은 언론사인데 무책임한 짓을 하겠어'라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 뉴미디어의 나쁜 속성을 따라가는 행태를 보인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쓴 <윤석열표 개혁의 시간이 왔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칼럼이 삭제됐다. 윤 교수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를 해왔는데 온라인에 노출됐던 칼럼이 삭제된 것이다.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과한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매체 책임자가 작성자와 상의해 수정하거나 몰고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은 기사 발행 전에 이뤄진다. 보도됐다는 것은 이런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발행 이후라도 수정할 내용이 발견되면 수정 이력을 표기하는 방법도 있다. 삭제 조치를 한다면 매체의 설명과 입장이 뒤따라야 한다. 그게 레거시 미디어의 저널리즘에 입각한 책임있는 태도다.
조선일보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취재에 들어가자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칼럼 내용에 이견이 있어 몰고 조치를 했는데 실수로 기사를 발행했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쳐 삭제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면서 윤 교수 칼럼은 정권의 언론통제 심각성을 다루는 내용인데 해당 칼럼이 언론통제 당했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했다. 매체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은 것이다.
전청조 관련 보도 역시 무책임한 레거시 미디어의 극치를 보여준다. 발단은 여성조선 인터뷰였다. 여성조선은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가 재혼을 앞두고 있다. 예비 신랑은 재벌 3세인 전청조 씨다”라며 둘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풀스토리를 인터뷰로 공개했다. 전청조에 대해 미국에서 태어나 승마 선수로 활약했고 글로벌IT 기업 임원을 지냈으며 현재 예체능 심리학 예절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력을 소개했다.
이후 사기죄 처벌 판결문이 나오고 지인의 증언 형태로 전청조의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그러자 여성조선은 첫 인터뷰 내용을 180도 뒤집은 남현희씨 단독 인터뷰를 내보냈다.
혹자는 여성조선 인터뷰 때문에 전청조 사기 행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거짓말을 인터뷰로 내보낸 책임은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사기 행각의 수단이 된 인터뷰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고 검증이 부족했던 거짓말 인터뷰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하지만 여성조선 기자는 TV조선에 출연해 인터뷰 뒷얘기를 푸는데 그쳤다. 진행자가 '자산이 51조 원라느니 이런 얘기는 인터뷰 중에 없었느냐'라고 묻자 “당연히 그런 내용이 나왔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 인터뷰 도중, 인터뷰 이후에도 의심되는 정황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제가 만약 그런 내용을 보도하게 된다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분명히 발생하기 때문에… 최초 보도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허황된 말에 의심이 들고 재벌 3세 행적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면 인터뷰 공개에 신중했어야 됐는데 자신을 합리화한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가 뉴미디어와 차별점을 말할 때 종종 하는 얘기가 있다. '너희처럼 하진 않는다'라는 것이다. 정반대로 이런 소리가 나올 때가 멀지 않았다. “유튜버들도 이러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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