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기 혐의’ 전청조 신병확보 검토···남현희 가담 여부도 조사[종합]
전 여자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의 사기 행각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경찰이 신속·엄정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경찰은 전청조 신병 확보를 검토 중이며 공모 의혹이 제기된 남현희가 사기 행각에 가담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정례 간담회에서 이 사건과 관련 “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경중을 판단해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많은 국민이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사건을 단건으로 보면 달리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경중을 전체적으로 보기 위해 고소·고발 건을 병합해 수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경찰서에 앞서 접수된 전청조의 대출 사기미수 고발 건과 송파경찰서에 접수된 앱 개발 투자사기 고소 건은 송파서에 병합이 됐다. 송파서는 앱 개발 투자 사기와 관련해 지난 27일 고소인을 불러 조사했다. 이외에 전청조는 남현희 어머니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린 혐의(스토킹)와 남현희 조카를 폭행한 혐의(아동학대)도 받는다. 두 사건은 경기 성남중원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며,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전청조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전청조를 상대로 추가로 이뤄진 고소·고발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가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파악된 피해 규모를 말하긴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남현희 공범 여부까지 열어놓고 수사하는지에 대해 “(진정서에) 그런 내용이 포함돼있어 전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청조를 사기미수 혐의로 고발한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은 “남씨가 전씨로부터 명품 가방 등을 선물 받고 깊은 관계였다”며 공모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진정서를 28일 서울경찰청에 냈다.
남현희는 자신도 전씨에게 속아 피해를 봤다며 사기 행각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남현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씨를 ‘악마’라고 지칭하며 “가족들이 큰 피해를 봤다. 저도 이른 시일 내에 (전씨를)고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현희는 “엄마와 동생, 친척들, 아카데미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 명의로 뭔가를 했던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전씨가 가족들에게 저에게는 얘기하지 말라고 해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고가의 자동차와 명품 선물 등을 받은 데 대해선 “상위 0.01% 학부모들을 상대하는 펜싱 사업을 하기 때문에 ‘명품 옷을 입고 고가의 차를 타야 엄마들 사이에서 말이 안 나온다’며 선물을 해줬다”고 해명했다.
이날 남현희는 전청조 과거 행적과 관련 “가족과 해외여행 후 입국심사를 통과할 때 (제가)선수 활동을 하면서 통과했던 방식이 아니라 VIP, 국빈 대접 받듯이 통과가 이뤄졌다”며 의아함을 표하기도 했다. 만일 남현희 말이 사실일 경우 전청조가 출입국 당국을 속였거나 출입국 당국 내부에 비정상적으로 편의를 봐준 조력자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가 된 상황이다.
공항에선 우수기업인 등에 대한 출국 우대 서비스(패스트트랙)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와 성격이 다른 특혜성 조치에 대한 언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자의 출입국 절차를 보면 정당하게 거쳐야 하는 출입국 심사를 받지 않을 경우 항공보안법 또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남현희 주장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에서 전청조씨에 대한 구체적인 의전 행위를 확인해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수사 의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선 나온다.
전청조는 30일 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소·고발된 사기 사건으로 금전적 이득을 얻은 게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확한 액수에 대해선 즉답을 하지 않았다. 전청조는 또 자신이 유명 그룹의 혼외자이자 재벌 3세가 아니라고 시인하며 남현희가 자신의 정체를 지난 2월 이미 알았다는 주장도 했다. 전청조는 “제가 저지른 일을 다 감당하고 책임질 것이고 피해자분들께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현희는 이에 대해 인터뷰에서 “지난 23일 잡지사 인터뷰가 보도된 뒤에야 (전청조가 재벌 3세가 아니라는 사실을)알았다”고 반박했다.
남현희는 오는 31일 전청조를 사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며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전청조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도 경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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