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한규섭] 지난 대선이 총선이라면 윤 대통령은 몇 석 얻었을까
총선 민주 승리, 대선서 뒤집힌 48곳이 승부처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꾸는” 곳이 승리할 것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국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미통당’)은 253개 지역구 중 불과 89곳,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157곳에서 승리했다. 당시 미통당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121개 지역구 중 17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수도권에서 미통당 후보는 민주당 후보에게 평균 10.9%포인트 뒤졌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지역구만 고려하면 평균 14.3%포인트 뒤졌다. 많은 수도권 지역구에서 큰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나올 만한 결과였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했다.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대선에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윤 대통령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득표율 차이는 0.73%포인트, 득표수는 약 20만 표 차이에 불과했다. 만약 대선이 총선이었다면 윤 대통령은 몇 석을 얻었을까. 대선 득표율 차이가 워낙 박빙이다 보니 흥미로운 질문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가 얻은 읍면동별 득표수를 취합하여 지역구별 득표수로 다시 계산해 보았다.
이 결과 윤 대통령은 253개 지역구 중 139개 지역구에서 이 대표를 앞서 의석수로는 25석 차이가 났다. 2년 만에 완벽하게 역전된 결과다. 전통적으로 여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영남 지역을 살펴보면 대구·경북에서는 25곳 중 24곳→25곳(+1), 부산·울산·경남에서는 40곳 중 34곳→39곳(+5), 광주·전남·전북에서는 28곳 중 0곳→0곳(+0)으로 두 번 선거 모두 ‘여당이 여당 했고 야당이 야당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수도권 전체 121개 지역구 중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앞선 곳은 46곳이어서 여전히 40%를 넘지 못했지만 불과 2년 전이었던 2020년 총선 당시 17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거의 3배에 달하는 선전이었다. 특히 서울에서의 약진은 놀라울 정도였다. 국힘 승리 지역이 총 49개의 서울 지역구 중 8곳→27곳으로 3.38배로 상승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으나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승리한 서울 지역구는 강동갑, 강동을, 강서을, 광진갑, 광진을, 노원갑, 동대문갑, 동대문을, 동작갑, 동작을, 마포갑, 서대문갑, 송파병, 양천갑, 영등포갑, 영등포을, 종로, 중구성동갑, 중구성동을 등이었다.
국힘은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총 59개 지역구 중 7곳→14곳, 13개 지역구 중 2곳→5곳으로 서울만큼은 아니었으나 상당한 약진을 이뤘다. 민주당에서 국힘으로 ‘주인’이 바뀐 경기도 지역구는 고양병, 성남 분당을, 수원병, 수원정, 안양 동안을, 용인병, 용인정, 의왕-과천, 하남 등이었다. 인천에서는 동-미추홀갑, 연수갑 등이 민주당에서 국힘으로 갈아탔다. 또 총 26개의 충청권(대전·충북·충남) 지역구 중 국힘이 10곳→21곳으로 올라간 것도 눈에 띄었다. 민주당에서 국힘으로 넘어간 충청권 지역구는 논산-계룡-금산, 당진, 대전 대덕, 대전 동, 대전 서갑, 대전 서을, 대전 유성갑, 증평-진천-음성, 청주 상당, 청주 서원, 청주 흥덕 등이었다.
현재로서는 지난 21대 총선과 20대 대선 사이 어디에선가 내년 총선 결과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으나 대선에서는 국힘이 승리한 지역구는 총 48곳이었다. 이 48개 지역구를 두 정당이 어떻게 나눠 가지게 될까. 국힘은 지난번 총선 당시 민주당을 앞섰던 지역구가 89곳에 불과하니 48곳 중 38곳 이상에서 승리해야 지역구 의석의 과반인 127석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114곳에서 승리했으니 약 13곳 정도만 재탈환에 성공하면 된다. 국힘이 훨씬 어려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48개 지역구 중 30개가 수도권(서울 19곳, 경기도 9곳, 인천 2곳), 대전·충청권이 11곳이었다. 이들은 지난 총선과 대선 2년 사이의 변화 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극도로 치열한 경합 지역들이다. 인 혁신위원장 말대로 국힘이 “다 바꾸는지”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이 뒷전에 서는지”에 내년 총선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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