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아이가 왜 아직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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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 직원과 처음 인사하는 자리, 꽤 자주 듣는 질문이다.
첫 만남에서 서먹함을 풀기 위한 이른바 '아이스 브레이킹'의 소재 중 하나일 뿐일 것이다.
출산에 대한 윗세대의 못마땅한 시선을 느끼는 건 기자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가 왜 아직 없으세요?"가 아니라 "아이가 많아지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요?"란 질문을 듣고 싶은 건 지나친 욕심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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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직이세요?”
결혼한 지 2년이 다 돼 가는 30대 후반 부부의 자녀계획은 궁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출산에 관한 기사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세요?”란 질문까지 받아 보니, 자녀 여부가 가벼운 이야깃거리로만 소비되는 건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기자로서 나름대로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에 대한 알량한 부채의식이 이런 ‘예민함’을 배가시키는지도 모르겠다.
한 인터넷 게시글을 본 적이 있다. 사회에서 30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30대는 ‘아이를 낳지 않는 무책임한 세대’라고 쓰여 있었다. 출산에 대한 윗세대의 못마땅한 시선을 느끼는 건 기자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신이 애를 낳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망할 것입니다’라는 이야기는 요즘 말로 ‘1(하나)도’ 타격이 없다. 일단 내가 위기인데 지금….” 저출산을 다룬 한 TV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말이다. 많은 이들이 댓글 등을 통해 공감을 표했다. 내 삶이 팍팍한데 출산으로 국가 발전에 보탬을 주라는 것처럼 허황된 말도 없으리라.
당연히 육아비도 부족하지만, ‘팍팍하다’는 건 단지 주머니 사정뿐만이 아니다. 맞벌이가 필수인 상황에서 육아에 드는 시간은 돈만큼이나 부담이다. 자녀가 생긴 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산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 ‘미지의 세계’인 육아가 현재 내 삶과 바꿀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아이는 아직”이냐니, 고민할 게 한둘이 아닌데.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출산율을 볼 때마다 물론 갑갑한 마음이 든다. 적어도 수십 년은 살아가야 할 나라가 저출산 때문에 소멸할 것이라는데, 걱정되지 않을 리가 있나. 그런데 ‘윗분’들은 이런 걱정이 덜한 것 같다. 또래끼리 대화에서도 국가 차원의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 최근 들어 더 크게 들려온다. 정치권 대다수가 기성세대이기 때문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출산 시 현금 지급’ 같은 기계적인 정책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대책을 보면 그런 생각은 더 강해진다. 이런 현실은 팽개치고 이념 전쟁에 매몰된 정부나 당 주도권 다툼에 몰두하는 여야의 행태는 냉소를 더욱 짙게 만든다.
기성세대가 ‘너희가 낳으면 될 문제’라는 식으로 저출산을 바라보기보다는, 실제 청년층의 육아 현실이 어떤지 먼저 고민해 봤으면 한다. “아이가 왜 아직 없으세요?”가 아니라 “아이가 많아지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요?”란 질문을 듣고 싶은 건 지나친 욕심이 아닌 것 같다.
이병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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