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소지·직원반발 우려 … 3년 달려온 K항공 빅딜 '난기류'
EU 화물노선 독점문제 제기에
화물매각 조건부 승인 타진
대한항공, 지원책 마련했지만
아시아나 이사회선 결론 못내
EU 경쟁당국 승인도 안갯속
미국·일본 심사까지 첩첩산중
◆ 아시아나 화물 매각 ◆
30일 열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사업부 매각 찬반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면서 지난 3년간 대한항공이 제1목표로 삼고 달려온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통한 대형 항공사 설립'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별개로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 KAL 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무 지원 방안을 의결했지만 정작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달로 이사회를 미뤄 양사 합병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에스크로 계좌에 묶어둔 계약금과 중도금 7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이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비롯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자구안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통한 경쟁 제한 우려 완화'를 골자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 안건을 심의했다. 수월했던 대한항공 이사회와 달리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오후 2시부터 회의를 진행했음에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이날 결국 오후 9시 30분께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11월 초 이사회를 재소집해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당초 이달 31일까지 EC에 최종 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정안 제출이 늦어지더라도 아시아나항공 합병건이 무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화물사업 매각을 주장하는 측과 배임죄 성립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에 찬성하는 쪽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 뒤 자금을 수혈받아 아시아나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독자생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화물사업부 매각에 반대하는 이들은 매출에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매각에 따른 손해는 물론 주주가치 훼손 등으로 이사회 이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논리다.
양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이날 이사회는 7시간30분이라는 난상토론을 거치고도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이번 사안을 두고 갈등을 보이는 것은 항공업 체력 약화와 대형 항공사 통합을 두고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 안건이 통과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안과 한국~유럽 4개 여객 노선(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이관하는 안의 시정안을 다음달 안에 EC에 제출할 예정이다. EC에서 조건부 승인이 내년 1월께 결정되면 이때부터는 시정안을 이행해야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측은 관련 사업을 새롭게 영위할 수 있는 국내 중소업체들이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체계와 노하우를 갖췄는지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U 측 문턱을 넘으려면 대한항공이 단순히 높은 가격을 써내는 원매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해당 노선 운항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인수자들의 운영 역량까지 전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U 경쟁당국 최종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가 독과점을 이유로 국내 기업에 훼방을 놓은 사례는 한국조선해양(현 HD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건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또 다른 관문도 기다리고 있다. 미 법무부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한 2020년 11월부터 관련 조사를 해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화물사업 매각안이 끝내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양사 간 통합 작업도 물거품이 된다. 시장 관심은 주 채권단인 산은의 결단에 쏠릴 전망이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수년간 투입한 3조6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허공에 날리지 않으려면 다시 한번 호흡기를 대야 한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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